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기업보다 브랜드가 약한 중견 가전업체들이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해당 국가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춘 제품 개발에 주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희생활과학은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면서 '카펫'이라는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 한국과 달리 카펫 문화가 일반적인 미국의 주거 문화에 '한국형 청소기'를 어떻게 접근시켜야 할지 고민이었다. 다양한 시도 끝에 섬유 손상 없이 카펫과 침구류 등에 묻은 오염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살균트레이 스팀 청소기'를 만들었다. 진공 청소 개념만 있던 미국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청소 시스템을 제안한 것이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진출 첫해인 2008년에만 20만대를 팔아치우며 1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지난해에는 스팀 청소기 단일제품으로 미국시장에서 3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 덕분"이라며 "일본 대지진 사태가 마무리되는 대로 일본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초로 자외선 살균 침구청소기를 개발해 세계 24개국에 수출 길을 연 '부강샘스'도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펼쳤다. 특히 일본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했다. 위생 개념이 철저한 일본인들이 '자외선 살균 기능'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해외 업체들의 무덤이라고 불릴만큼 진입 장벽이 높은 시장에서 일본 최대 홈쇼핑 TV인 자파넷다카타와 200만 달러 상당의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대기업들도 실패한 시장을 1년만에 정복한 것이다.
밥솥업체인 쿠쿠홈시스도 식습관 자체가 다른 국가에 진출하기 위해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펼쳤다.
동남아시아와 중국 등 쌀을 주식으로 하는 국가에는 쌀의 상태와 현지인들이 선호하는 밥맛을 분석, 그에 맞게 압력과 조리 시간 등을 조절했다.
쌀 자체를 자주 먹지 않는 유럽 시장에서도 성공을 거뒀다. 밥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멀티프레셔쿠커를 따로 개발했다. 이처럼 현지 적응형 제품으로 10여년간 꾸준히 승부한 결과 지난해 해외 시장에서만 2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대비 70% 성장한 수치다.
쿠쿠홈시스 관계자는 "현지 특화제품 시장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역시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