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기관 통폐합 "불가피한 선택"

2011-03-2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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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유경 유희석 이수경 기자) 정부의 정책금융기관 통폐합을 선택한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크다. 한국 경제가 성숙해지며 국내 개발금융의 수요가 줄었고 수출 및 해외사업 수주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만큼 금융기관의 성격도 바뀌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기관 통폐합이 정답일까라는 의문의 목소리도 높다. 기관의 덩치를 키우기 보다는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여 특화 기관으로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또 각 기관들의 반발이 예상돼 반대여론을 무마시키고 각 주무부처 간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하느냐도 관건이다.

◆ 기관 통합 '선택' 아닌 '필수'

정책금융기관 간 통합 문제는 이들 기관이 살아남기 위한 전제 조건이라는 것이 당국의 입장이다. 한국경제에 개발 수요가 줄어 이들 기관이 할 수 있는 일이 상당 부분 축소됐기 때문에 정체성을 재정립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KDB산은금융지주의 경우 대규모 개발금융 수요가 줄면서 지주사로 전환해 민영화의 길을 걷는 방안을 택했다. 민유성 산은금융 초대 회장은 2010년까지 산은금융 지분 49%를 매각하고 2012년까지 잔여지분 51% 모두 매각해 민영화한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자산규모 159조원의 산은금융을 살 만한 인수자가 사라져 이 안은 사실상 폐기됐다.

때문에 산은금융의 강점인 투자은행(IB) 부문을 강화해 정체성이 모호해진 정책금융공사나 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 등과 합쳐 글로벌 IB로 육성하겠다는 안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또 적극적인 해외투자 지원을 통해 침체에 빠진 건설경기를 살리겠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사실 건설업체의 부도위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 정부는 당장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입장이다.

실제로 일본 대지진에 따른 방사능 유출 사고로 화력·풍력·수력 등 비원전 산업이 다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되자 지난 23일 화력발전 실적을 보유한 9개 대형건설사들이 수은에서 모임을 갖고 수주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수은의 금융지원 확대를 요청하기도 했다.

정부로서는 건설사의 대형 해외 에너지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선 수은 등 정책금융기관의 대형화가 필요해진 셈이다.

◆ "합리적 판단인가" 반대의견도 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메가뱅크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장되는 분위기이며 오히려 금융기관의 경쟁력 강화가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1980~1990년대 일본의 대형은행들이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글로벌화를 추진했지만 결국 모두 실패한 선례가 있다”며 “글로벌 금융기관의 핵심은 전세계적 네트워크와 금융기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99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10대 은행 중 3개가 일본계 은행이었다. 노무라 증권 등 일본의 대형 투자금융 회사들은 지난 30여년간 글로벌화를 추진했지만 좌절을 맛봤다. 전문가들은 이들 금융기관의 실패의 원인으로 글로벌 네트워크 및 금융시스템 부재를 꼽는다.

또 해당 기관들이 벌써부터 조직 통폐합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점도 부담으로 꼽힌다. 이들 기관은 벌써부터 통폐합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김용환 수출입은행장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수은과) 무역보험공사는 중첩되는 부분이 가장 많아 기관 간 협의체를 통해 (업무를)조정해야 한다”며 “해외에서 경쟁이 엄청나게 붙고 있는데 중복된 부분이 있으면 효율성이 떨어지는 만큼 정부가 합리적인 방향을 생각하고 움직임이 있지 않나”고 밝혔다.

이는 김 행장이 정책금융기관 통폐합을 앞둔 상황서 무역보험공사를 겨냥, 기선제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무역보험공사 관계자는 “공사는 지난해에만 187조원의 보증보험을 시행하는 등 좋은 실적을 쌓은만큼 역할이 막중하다”며 “어느 나라를 가도 보험보증기관과 대출기관을 같이 가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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