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는 해외 에너지 사업과 대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수주하기 위해 금융기관의 대형화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또 기관 간 중복업무를 줄여 조직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정책금융기관 간 통폐합과 역할조정 등을 통해 금융시장 개편을 추진할 방침이다. 현재 이 같은 방안에 대해 기초적인 단계의 실무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통폐합이 예상되는 금융기관은 KDB산은금융지주와 정책금융공사·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신용보증기금·기술신용보증기금 등이다.
기관의 성격별로 산은금융과 정책금융공사, 수은과 무역보험공사, 신보와 기보 등으로 묶일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산은금융·수은·정책금융공사·무역보험공사 등 4곳을 합쳐 대형 금융기관으로 키우는 방안도 제기하고 있다. 이들 4개 기관의 전체 자산규모는 244조원.
정부가 이들 기관의 통폐합을 계획하는 것은 기관 간 중복 업무를 줄여 효율성을 꾀하고 덩치를 키워 규모의 경제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해외 에너지 개발과 녹색산업, PF 등에 투자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분야 선점을 위해서는 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23일 경제정책회의에서 정책금융기관 통합 문제에 대해 "시간이 좀 걸린다"면서도 "통합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고 시장 재편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통합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김용환 수출입은행장도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정책금융 기관 간 중복되는 업무가 많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나도) 이를 조정해 주는 것이 좋지 않나 생각한다"며 정부의 뜻에 동조했다.
다만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각 부처 간, 기관 간 이해관계 및 입장 차이를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관건이다.
수은은 기획재정부, 무역보험공사는 지식경제부, 산은·정책금융공사·신보·기보 등은 금융위 산하 기관이다. 때문에 금융당국의 로드맵이 완성되기 전에 정부당국 간 협의가 필요하다.
각 기관들은 정부의 이 같은 입장에 벌써부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수은과 무역보험공사의 경우 수출 기업에 대한 ‘보증’과 ‘보험’ 차이를 두고 서로 효율성 공방을 펼치고 있으며 신보와 기보는 '신용보증'과 '기술보증'의 차이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