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순위채 백조에서 미운 오리로… 공급·수요 급감 불가피

2011-03-2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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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재호 이수경 기자)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투자 대안으로 각광받았던 금융회사의 후순위채권이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바젤Ⅲ 도입으로 금융회사마다 후순위채 비중을 줄여야 하는 데다 최근 저축은행 부실 사태를 겪으면서 안전성도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외환은행 등 5개 시중은행의 후순위채 잔액은 25조원 수준이다.

저축은행에서 발행한 후순위채 잔액도 1조원을 웃돌고 있다.

금융회사의 후순위채 잔액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한 후 큰 폭으로 늘었다.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자금 차입이 어려워지자 유동성 확충을 위해 후순위채 발행을 늘린 탓이다.

후순위채는 발행 금융회사 파산시 상환 순위를 뒤로 밀리지만 일반 채권보다 금리가 높아 인기가 높다.

금융위기에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국내 저금리 기조가 확산되자 후순위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도 크게 높아졌다.

그러나 최근 후순위채의 인기가 시들해졌다.

우선 금융회사의 후순위채 발행 수요가 줄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잇따라 올리면서 시중금리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굳이 고금리 후순위채를 발행하지 않아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없는 상황이다.

또 글로벌 금융규제 강화 차원에서 도입된 바젤Ⅲ는 부채 성격의 보완자본인 후순위채의 비중을 줄이고 핵심자본 위주로 자기자본 구조를 개편토록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은행이 부실화할 경우 후순위채 투자자도 손실을 분담해야 하는 조건부자본 제도 도입까지 확정됐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자본 건전성 제고에 도움이 안 되고 고금리 부담까지 져야 하는 후순위채를 발행할 이유가 없고, 투자자도 위험을 감수하면서 후순위채에 투자할 유인이 사라진 것이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바젤Ⅲ 도입으로 후순위채의 효용성이 크게 낮아졌다”며 “후순위채 발행 자체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순위채가 안전한 투자 수단이라는 인식도 옅어지고 있다.

비록 상환 순위가 쳐져 있기는 하지만 후순위채 투자금을 날릴 수 있다는 우려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번 저축은행 부실 사태로 원금 손실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삼화저축은행 후순위채 투자자들은 해당 은행이 매각되면서 투자금 250억원 가량을 허공에 날리게 됐다.

이후 영업정지를 당한 6개 저축은행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최근에는 일부 증권사에서 후순위채를 판매하면서 손실 가능성을 지나치게 축소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후순위채는 기본적으로 고위험 고수익 투자 대상이기 때문에 보호하기가 쉽지 않다”며 “후순위채에 대한 기존 인식이 많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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