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의 트렌드브리핑] 2011, 재테크란 무엇인가

2011-03-2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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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찹한 세상에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심리는 너무 당연하다. 자산이 최후의 보루라는 본능이다. 유동자산의 가치는 점점 떨어진다. 재테크의 본질은 인플레이션이라고 하거니와 곧 거품을 먹고 자라는 게 재테크다.

거품만 잔뜩 마신 재테크는 영양실조에 걸린다. 안색은 파리한데 멀쩡히 서 있고 큰 소리도 친다. 하물며 대세라고 주장한다. 남들의 영양을 빨아 먹고 헛배라도 불리려는 심보다. 뒤에 배탈이 날망정 일단 우걱우걱 남의 자산을 훔쳐 삼키고 본다. 꾸역꾸역 허겁지겁, 물 마실 겨를도 없다. 그러다 명치 끝부터 아려오면서 제대로 체끼가 오른다.

손가락을 따고 매실차를 마셔도 증상은 더하다. 트림에 덧트림을 해도 체끼는 더 도진다. 한 푼이라도 더 챙겨야지, 도사려 먹은 심뽀가 병원행도 꺼린다. 이러다 죽겠다, 싶은 순간까지 버틴다. 급기야 핼쑥해진 표정에 눈동자만 살쾡이처럼 빛나 야생의 생존본능이 엿보인다. 극도의 이기심이 인면수심의 계단을 오른다. 장터에 출몰한 유명짜 팔난봉 주정뱅 시늉으로 순식간에 판을 깨려 든다. 그제야 뒷짐 지고 눈이나 째리고 있던 책상물림들이 나선다. 더 두고 보다간 사회악이 되겠다, 나발을 불기 시작하는 자칭 '합리적 시장주의자'들이다.

지적이랍시고 겨우 혀 차는 소리에 불과해도 이 이상한 나라에선 그게 먹힌다. 미디어의 장구질과 꽹과리질이 보태진다. 심층취재는 커녕 검증도 없이 흘려들은 소리에 스토리텔링의 잔재주가 더해져 그럴듯하다. 낮이고 밤이고 재탕 삼탕, 휘모리 굿장단이 따로없다. 덩 하면 더꿍이라고, 이해관계자들이 낑낑 앓는 소리를 낸다. 제법 핏대를 올리는 천방지축들도 있다. 죄 없는 우리까지 다 쓰나미에 휩쓸린다고 호들갑을 떤다. 호들갑은 전염된다. 미디어가 달궈놓은 뒤끝이라 입소문이 솔깃하다. 발없는 말이 지하철을 타고 무가지와 인터넷의 벌판을 달린다.

이웃과 정부가 동정심을 발휘하는 순간이 다가온다. 재원 마련 이야기가 나오면서부터 어그적어그적 나리들이 나선다. '너네들 구수회의로만 결정하는 꼴 못보겠다'는 속내를 감춘 채 이래저래 시비를 건다. 뻔히 들여다 보이는 결론도 '내 도장 값 내놔'하는 배짱으로 차일피일 미루고 시중 여론이 더 악화되기를 기다린다. '최악이 차악을 선으로 둔갑 시키는 원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그들이다. 그들은 기꺼이 차악이 된다. 차악도 등급이 있고 순서가 있다.

잔머리 경연과 로비, 세과시 등을 거쳐 등수가 정해진다. 비로소 '정부, 돈 풀어 경기 부양 하기로…' '정부 부동산 정책 완화…' '규제 풀어 경기 살린다' '은행 공기업 모럴해저드 극심' 따위의 헤드라인이 등장한다. 재테크는 구사일생, 언제 그랬냐는 듯 피둥피둥 기름기 도는 낯빛으로 다시 거품을 잔뜩 들이 마시며 웃는다. '역시 돈 버는 덴 거품이 최고야, 안 그래?' 하는 눈빛이다. 적금, 예금, 청약저축, 펀드, 경매 소소한 수단으로, 번 돈을 쟁여놓는 재테크 방식을 비웃는 것이다. '그래가지고 언제 목돈 만질래?' 혀도 낼름 내민다.

약이 오른다. 약 오른 바보들은 더 약이 바짝 오른다. 맨날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들여다보던 (읽는 게 아니다. 읽는다고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신문을 확 구겨버린다. 담배나 술이 당긴다. '끊어야 성공한다' 귀에 못이 박힌 담배와 술은 최악을 인정하기 싫은 차악의 선택이다. 자해로서만 불안감을 잊을 수 있는 묘한 본능의 작동일까? '자해적 몰빵'이 그렇게 실행된다. '엎어 치나 매치나, 푼돈 이자 푼전 수익 지겹다. 한 판에 끝내자' 클릭하는 순간 불안은 돌이킬 수 없는 내상으로 변한다. 심리적 질병이 육신에 심긴다. 몸과 마음이 이제부터 망가지려는 것이다. 급기야 관계의 파손. 재물을 잃자 바닥을 치고 오르는 게 아니라 마냥 바닥으로 남는 인생이 그렇게 무수히 탄생한다.

재테크 바닥이 점점 더 험악해지고 있다. 2000선을 오르 내리는 주가지수와 뜨겁게 달아 오르는 오피스텔 청약 열기에도 불구하고 재테크 판은 거의 연옥으로 치닫고 있다. 기후변화처럼 이상난동이다. 법인들이 작전(사실상 도둑질)을 펴고 외국인은 저가 투매, 초저가 매수를 반복하며 차원 높은 전략적 투자를 한다. 개인들은 동물원 원숭이처럼 깨춤을 추며 광대노릇을 한다. 중독 아니고선 안 하는 노릇이다.

부동산은? 안전자산이 아니다. 은행 돈 빼내는 담보 수단이다. '나는 주식은 안 해, 부동산에 묻어두지'하며 느긋해하는 사람들이 아직 있다. 화려한 착각이다. 안전자산은 없다. 굳이 있다면 건강한 몸, 마음 뿐. 다행히 일본처럼 억장 무너지는 재난은 없다, 아직은. 그러므로 기회가 있다. 건강한 재테크의 기회 말이다. 재앙 뒤에 그것을 수습하는 재테크의 기회가 온다며 일본 사람들마저 희망에 들뜨려는 마당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처럼 엉터리 개터리 심보는 아닐 것이다. 진정한 노동의 품질, 제품력, 사회적 연대의 힘 등 진정한 안전자산을 새로 구축하는 기회를 얻은 희망일 것이다. 우리나라 재테크 관심자들도 '진정한 안전자산'이 무언지 근본부터 다시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재앙도 없는데 더 이상 연옥에서 헤매지 말고. [트렌드 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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