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호쿠 지역 대지진이 발생하기 불과 몇 주 전만해도 경제전문가들은 세계 경기의 빠른 회복세를 예상했었다. 연말 연초 유가급등 양상이 금융위기 극복에 따른 경기회복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이해됐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아프리카와 중동발 내전 양상이 결국 리비아에 대한 다국적의 공격으로 이어지면서 유가급등은 오히려 경기침체를 가로막아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의 강력한 요인으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콩, 옥수수, 밀 등 국제곡물 수급 불안 및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우리나라만 해도 내달 물가상승률이 5%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기우에 그치기를 바라지만 경제전문가들 조차 이같은 '방향성'을 예측하는 쪽으로 입장을 속속 선회하고 있다.
◆ 신평사, 세계 경제전망치 속속 하향 조정
IMF(국제통화기금)는 지난 1월 세계경제전망(WEO; World Economic Outlook) 수정치 발표를 통해 세계경제성장률을 4.4%로 전망했다. 이는 작년 10월 4.2% 전망보다 0.2%P 상향했다. 당시만해도 세계 경제 침체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 각국 정부와 세계적인 신용평가사들이 속속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일본 사태가 발발하기 전 4.5%로 전망했던 미국의 1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2.9%로 낮춰 잡았다. 골드만삭스는 전 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0.5%포인트 낮췄다.
민간 경제기관을 제외하고 IMF 등 국제 기구에서의 성장률 하향이 공식화되지는 않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의 긴축움직임은 이같은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더욱이 신흥국을 중심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오석태 SC제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경제가 물가상승과 성장률 침체라는 위기에 직면해 있는 만큼, 스태그플레이션의 방향성을 띄고 있는게 맞다"면서도 "다만 물가상승률과 성장률 침체 폭이 크지 않은 만큼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정의내리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태그플레이션은 넓은 의미에서 침체(Reccession)라고 볼 수 있다"며 "일본이 재정적자로 인한 부담이 커지는 등 디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만큼 한국과 일본, 세계경제 모두 경기침체의 특성을 띄고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 더블딥→물가급등…'S'의 공포 진화하나
이대로 물가상승이 지속되고 경제성장률이 떨어진다면 스태그플레이션의 징조나 조짐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창선 LG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올해 소비자물가가 연 4%대를 유지하고 경제성장률이 3%대 중반 이하로 떨어지면 스태그플레이션의 징조가 보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물가가 10%대까지 올라가고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은 아니더라도 만약 상황이 더 악화하면 징조에 대해서는 거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스태그플레이션을 운운하는 것은 지금의 상황과는 거리가 매우 멀다는 지적도 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지금은 말 그대로 물가가 위로 움직이고 있고 성장률은 아래쪽을 향하고 있는 상황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을 거론하기엔 매우 거리가 있다"며 "다만 유럽 재정위기, 미국 경제성장 정도 등 기존 불확실성에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 일본 쓰나미와 원전폭발 등 대외변수가 겹치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