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대 기자) 마음 놓고 물을 먹지 못하는 세계 인구가 9억명에 이르고, 기본적인 위생수도시설 없이 사는 인구가 25억명에 달한다.
기후변화와 인구 증가, 급격한 도시화와 사막화 등으로 전 세계에서 물 부족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세계 각국이 안정적인 물 자원 확보와 관련 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나서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물 부족국가로 분류된 우리나라도 상황은 좋지 않다.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가용(재생가능) 수자원 양은 1453㎥로 153개 국가 중 129위에 그칠 정도다.
2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열 아홉번 째는 맞는 올해의 주제는 '도시를 위한 물...도시 물 문제에 대한 대응'이다. 그 만큼 도시 물 문제, 특히 마시는 물(음용수) 문제가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때문에 정부는 깨끗한 수돗물 공급에 신경을 쓰는 한편, 한국수자원공사(K-water)를 중심으로 수자원 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고도정수처리시설로 수돗물 불신 없앤다
33개 광역상수도 및 공업용수도 시설을 활용해 전국 주요도시와 산업단지에 하루 1768만t의 생활 및 공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는 수공은 무엇보다 믿을 수 있는 깨끗한 수돗물 공급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수공 관계자는 "수질분석연구센터는 국제공인 검사기관으로 지정될 정도로 세계 최고 수준의 수질분석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수돗물에 대한 신뢰도 향상으로 국민들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수질 검사 항목을 미국(102)이나 일본(118) 등 선진국 보다 오히려 많은 250개를 선정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아울러 "수돗물은 불안하다"는 국민들의 심리적 인식을 없애기 위해 고도정수처리시설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고도정수처리란 기존의 정수처리방법으로는 충분히 대응 할 수 없는 소독부산물이나 전구물질(물질이 생체 내에서 합성될 때 중간단계에서 생기는 물질), 맛·냄새 물질, 미량유해물질 등을 제거할 목적으로 일반정수처리공정에 활성탄처리나 오존처리, 생물처리시설 등을 추가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환경부에 의해 정해진 고도정수처리시설 도입기준은 △원수의 연평균 수질이 3등급 이하인 경우 △수돗물의 맛·냄새로 인해 민원이 발생하는 경우 △일반정수처리방법으로 처리가 곤란한 유해물질이 유입되는 경우 △고도정수처리시설이 도입된 정수장과 동일 수계에 있으면서 유사한 문제점이 예상되는 경우다.
고도정수처리시설은 일반정수처리공정으로 제거가 어려운 맛·냄새, 물질 및 미량 유해물질을 기준치 이하로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수돗물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2010년)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지방상수도 수돗물 음용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조사 대상의 3.3%만이 수돗물을 끓이지 않고, 직접 먹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수돗물을 아예 마시지 않고 정수기를 이용하거나 먹는 샘물, 약수를 먹는다고 답한 경우가 42.4%였다.
그 만큼 수돗물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여전하다는 것이고, 지출하지 않아도 되는 가계비를 지출하고 있는 셈이다. 수공이 고도정수처리시설을 늘리는 것도 바로 이 같은 불안 특히, 심리적인 요인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고도처리 4곳, 막여과 1곳을 운영 중인 수공은 오는 2018년까지 고도처리 8곳(성남·수지·시흥·덕소·와부·일산·구미·연초)을 추가로 운영할 예정이다.
하지만 문제는 재원이다. 수공 관계자는 "고도정수처리시설을 전면 도입하기 위해서는 재원 확보가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물값 현실화도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강·낙동강을 중심으로 2018년까지 12개 정수장에 고도정수처리시설을 도입하기 위해선 약 5051억원의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고품질의 수돗물 생산을 위해 연간 68억원의 수처리비용이 추가 필요하며, 고도정수처리를 위해 필요한 활성탄 수요도 연간 3만1000㎥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제2·제3의 청주 정수장 나와야
우리나라에도 세계최고 수준의 별 다섯 개짜리 정수장이 있다. 바로 청주정수장이 주인공이다. 청수정수장은 지난 2009년 6월 미국 샌디애고에서 열린 미국수도협회(AWWA) 총회에서 정수장 운영관리능력 인증제도 최고 등급인 '5-star'인증을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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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미국수도협회로부터 정수장 운영관리능력 최고 등급인 '5-STAR' 인증을 받은 청주정수장. 이 정수장은 북미권을 제외한 정수장으로는 세계 최초로 5-STAR 인증을 받았다. |
당시 AWWA 5-star 인증은 북미대륙를 제외한 세계 정수장으로는 한국 청주정수장이 처음이었다. 별 다섯 개 정수장은 미국 6곳과 캐나다 3곳 밖에 없다. 두 단계 낮은 별 세 개짜리(3-star) 정수장은 미국에 약 200곳이 있다.
AWWA 5-Star 인증은 1년 동안 얼마나 깨끗하고 안전하게 물을 정수했는지, 여과지별 탁도 값 등을 엄격히 평가해 결정된다. 매 시간 측정한 여과지별 탁도 값이 0.1NTU 이하 95% 이상이고, 최고 탁도가 0.3NTU 미만 등을 만족할 때 인증을 받을 수 있다. NTU란 물이 탁한 정도를 나타내는 단위로 먹는 물 기준 0.5NTU, 20NTU가 넘으면 물의 색깔이 누렇게 보인다.
수공 관계자는 "AWWA 5-star 인증은 그 만큼 품질 높은 수돗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해 내고 있다는 의미"라며 "제2, 제3의 5-star인증이 나올 수 있게 국내 수처리 기술 발전에 더욱 노력한다면 수돗물에 대한 국민들의 믿음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5-Star 수준에 달하는 국내 정수장은 11곳으로, 수공이 관리하는 전체 정수장의 39%에 달한다. 그 만큼 우리 수돗물이 마실만하다는 것이다.
수공은 이와 함께 수돗물 직접 음용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먹는 샘물이나 정수기물을 마시지 않고, 수돗물만 마시는 '수돗물 음용 아파트 사업'이 그것이다. 현재 논산·정읍의 2단지 1400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현재 직접 음용률 70%를 넘어서는 등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