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정비사업-상] 뉴타운 기다리다 '舊타운' 되겠네

2011-03-2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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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개 뉴타운 가운데 공사 시작된 곳 9곳 불과<br/>조합장 비리·잦은 소송·수익성 악화 부작용

철거는 끝났지만 공사 착공에 들어가지 못해 2년째 방치되고 있는 서울 마포구 아현뉴타운3구역 현장. 26개 뉴타운 가운데 공사에 들어간 곳이 9곳에 불과할 정도로 곳곳에서 사업이 흔들리고 있다.

(아주경제 김지나 기자) 19일 찾은 서울 마포구 아현뉴타운 제3주택재개발사업구역. 건축물이 철거된 황량한 땅 곳곳에 토지 유실을 막기 위한 비닐막들이 덮여 있었다.

조합장이 조합기금 100억원을 횡령하고 조합임원들이 74억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으려다 조합원들과 갈등을 빚으면서 지난 2009년 사업이 중단된 채 2년동안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작년 말 입주가 시작됐어야 했지만 아직도 착공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다.
2003년 2차 뉴타운으로 지정된 용산구 한남뉴타운. 한강르네상스의 최대 수혜지로 각광받고 있는 한남뉴타운은 기본계획을 확정짓지 못하고 시간만 끌다, 2009년 10월 재정비촉진지구로 구역이 지정될 정도로 사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강남·북간 지역격차를 해소하고 체계적인 균형개발을 통해 서울시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뉴타운 사업이 10년째를 맞고 있지만 성과는 기대했던 만큼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곳곳에서 주민 갈등만 초래하는 등 적지않은 문제점들을 노정시키고 있다.

뉴타운지구는 시범지구(2002년 9월 지정)인 은평·왕십리·길음을 비롯해 2차(2003년 11월) 12곳, 3차(2005년 12월~2007년 4월) 11곳 등 26곳이 지정돼 있다. 그리고 26개 뉴타운은 재정비촉진구역 196곳, 존치구역 28곳, 존치관리구역 51곳 등 275개 구역으로 나눠져 있다.

가장 속도가 빠른 은평뉴타운은 1·2지구가 입주가 완료됐고, 3지구는 올해 말 예정하고 있다. 왕십리뉴타운은 2구역이 지난해 10월 공사에 들어갔고 1·3구역은 연내 착공 예정이다. 길음은 2·4·5·6·7·8·9구역이 공사가 마무리 돼 입주를 압두고 있다.

이밖에 전농답십리뉴타운 12구역과 가재율뉴타운1·2구역이 준공됐고 아현뉴타운 공덕5구역, 아현3구역, 전농답십리뉴타운 7구역, 노량진뉴타운 1구역, 흑석뉴타운 4·6구역, 미아뉴타운6·8·12구역이 착공에 들어갔다.

단 1곳이라도 착공 이상 단계인 곳이 9개 뉴타운 23개 구역으로 전체 구역의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뉴타운사업의 속도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조합장 비리문제와 조합원간 갈등으로 잦은 소송, 세입자 이주,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악화된 수익성 등 갖가지 요인이 깔려 있다.

왕십리1구역은 관리처분계획 인가까지 받고 착공을 앞두고 있었으나 조합설립 절차상의 문제로 소송이 제기돼, 현재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아현3구역처럼 조합장 비리 문제로 사업이 늦어진 곳도 있다.

사업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면서 상권이 죽고 지역경제가 얼어붙는 등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아현3구역 인근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견윤옥씨는 "철거는 했는데 공사는 안하니 사람은 떠나고 주변의 상권도 죽었다. 그동안 부동산 거래도 안됐다"며 "주민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울먹였다.

역시 3구역 주변 시장에서 가방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상득(53)씨는 “2년 동안 사업이 표류하면서 하루 10만원 팔았다면 지금은 2만원정도로 줄었다"며 "두 집에 한 집 꼴로 문을 닫을 정도이지만 마땅하게 갈 곳도 없고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화를 삭혔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사업 추진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각종 문제점에 대한 대책은 준비하지 않은 채, 짧은 시간에 무더기로 뉴타운지구를 지정하는 등 주민들에게 장밋빛 환상만 심어주는 우를 범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뒤늦게 공공관리자제도를 들고 나왔지만, 공공관리 역시 곳곳에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어 실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건국대 심교언 교수(부동산학과)는 "우리처럼 대규모로 구역을 지정하고, 한 단위로 묶어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지구 안에 재개발·개건축 등 사업 방식이 다르게 적용되고, 조합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이 혼재돼 있는 상태에서 한 단위로 묶어 개발하게 되면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뉴타운지구를 한꺼번에 많은 곳에 지정한 것도 문제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소장은 "한 번에 지나치게 많은 뉴타운 지구를 지정해 지구 내에서 지분쪼개기 등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했다"며 "이로 인한 투기붐과 땅값 상승, 원가 등 비용부담 증가, 사업의 수익성 저하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낳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흔들리는 뉴타운 사업을 바로잡고, 돌파구를 찾기 위해선 구역 특성에 맞게 도시개발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뉴타운 사업은 도시 인프라 분야에선 좋을지 모르나 개별 지역의 특성을 살리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며 "각 지역의 특성을 살린 소규모 개발 방식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 역시 "뉴타운사업은 사업을 위한 사업이 아닌 주거환경개선 차원에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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