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당초 ‘조용한’ 재보선을 치르기 위해 신공항 문제에 대해 “정치논리를 배제하고 법적절차에 따라 합리적으로 공정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선거가 3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당 안팎에선 “여권 전체가 신공항 문제로 사분오열되는 등 판이 커질 대로 커진 마당에 청와대가 더 이상 이 문제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해선 안 된다”는 불만이 팽배해 있다.
특히 최근엔 영남 지역 출신 의원들에 이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출신 의원들까지 신공항 논란에 가세함에 따라 “청와대가 어떤 식으로든 ‘교통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여권 안팎에서 힘을 얻고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20일 “김해을의 경우 당에선 김태호 전 경남지사에게 희망을 걸고 있지만 야권 후보 단일화가 성사되면 승리를 장담키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며 “다른 ‘복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공항 입지에 관한 지역 민심이 이번 김해을 선거결과의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해을의 경우 지역은 경남에 속하지만 신공항 후보지인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중에선 ‘가덕도가 낫다’는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다른 여권인사는 “신공항 입지로 어디가 선정되든 다른 한쪽은 상당한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발표 시점을 선거 뒤로 늦추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공항 입지선정은 지난 2009년 9월 이후 벌써 세 차례나 미뤄졌다는 점에서 "발표 연기는 오히려 '선거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아울러 일각에서 제기된 ‘원점 재검토’론이나 ‘김해공항 증축’론 등의 경우 사실상 신공항 사업의 ‘백지화’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약 미이행에 따른 불만은 재보선을 넘어 내년 총선·대선에까지 두고두고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김현철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 부소장도 “코앞에 선거가 있어 시기를 택하기가 쉽지 않지만, (신공항은) 대선공약인 만큼 예정대로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국책사업에서 정치논리는 배제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생각은 확고하다”며 "일단은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