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용석.송정훈 기자)‘취업자 연평균 60만명씩 증가(5년간 300만명 증가)’, ‘고용율은 선진국 수준인 70%로 상승’, ‘청년실업률은 현재 7~8%에서 3~4%로 축소’.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07년 선거 당시 공약집 ‘일류국가 희망공동체 대한민국’에서 제시한 ‘5년 후 우리의 모습’ 가운데 일부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들은 “글로벌 금융.경제위기라는 외부요인이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됐다”며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이 정도면 선방한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러나 “정부가 정책실패는 인정하지 않은 채 ‘위기’ 탓으로만 돌리는 건 너무 무책임하다”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정부는 금융위기 당시 청년인턴제와 희망근로사업 등을 ‘긴급처방전’으로 내놓으면서 고용지표의 급락을 막아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정부는 일자리대책이 성과를 냈다고 하지만 희망근로 등의 경우 50-60대 노인 취업자가 주도했다”며 “20-30대 청년층은 오히려 일자리가 줄고 구직단념자로 돌아서는 등 고용상황이 더 악화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연간 기준으로 지난해 20대와 30대 취업자는 2008년에 비해 각각 18만4300명, 17만6700명 줄어든 반면, 50대 취업자는 49만1500명이나 늘었고, 60대 이상도 10만1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40대는 5500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청년층이 선호하는 고부가가치 일자리가 부족해지면서 청년실업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표상의 회복에만 급급한 나머지 고용의 질적인 부분은 간과했다는 지적을 받는 대목이다.
여성 일자리도 문제다. 2008년 2.6%였던 여성 실업률은 2009년 3%, 작년엔 3.3%까지 올랐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현 정부의 고용.노동정책은 태생적으로 구체적인 비전이나 노력을 담보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정책과 마찬가지로 고용.노동정책 또한 ‘대기업과 부유층이 더 잘 살게 되면 다른 부문도 혜택을 입는다’는 ‘트리클 다운 효과(낙수효과)’에 대한 믿음을 근간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다.
‘임기 중 300만개 일자리 창출’이란 이 대통령의 대선공약 역시 “기업에 대한 규제완화와 투자 활성화가 제대로 돼 연간 7%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면 매년 60만개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막연한 기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정부·여당이 지난 2009년 기간제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용기간을 늘리는 내용의 비정규직법 개정을 추진하며 ‘100만 해고 대란설’을 주장했다가
‘기우(奇遇)’로 판명된 사실도 이처럼 고용.노동정책에 대한 정부의 근시안적 사고를 드러낸 대표적 사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고용·노동정책을 경제정책의 부산물 정도로 여기는 현 정부의 시각 자체가 잘못돼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의 근시안적 정책은 기업의 고용창출을 이끌어내는데도 역부족이었다. 집권 초반 ‘비즈니스 프랜들리’를 표방하며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포이즌 필 도입, 법인세 인하와 각종 기업관련 규제완화책을 썼지만 대기업이 고용을 대폭 늘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취업자는 2382만9000명으로 전년보다 32만3000명 늘었다. 그러나 대기업(종사자 300명 이상 사업장)의 취업자는 195만2000명으로 전년보다 3만1000명 감소했다.
이필상 고려대 전 총장은 “대기업 중심의 경제성장 기조는 일자리 창출과는 별개”라며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선 고용의 88%를 차지하는 중견.중소기업을 살리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