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세계지수는 1% 가까이 올랐고 전날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최대인 10.6% 폭락했던 일본 도쿄증시 닛케이225지수도 이날 5.7% 오르며 9000선을 회복했다.
일본은행(BOJ)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잇따라 유동성을 공급한 덕분에 강진 사태 이후 초강세 행진하던 엔화도 이날 안정을 되찾았다. 중국과 한국·호주·홍콩증시도 1% 안팎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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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주일 닛케이225지수 추이(출처:CNBC) |
◇글로벌 증시 반등…과잉반응했나
일본 대지진 참사로 피해를 입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잇따른 폭발과 화재로 인한 방사능 공포가 오히려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증시가 반등하자, 시장에서는 그동안 일본발 악재에 너무 과민반응한 게 아니냐는 낙관론도 흘러나오고 있다.
조 라보냐 도이체방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일본발 악재에 따른 미국 증시의 낙폭은 일본 대지진 사태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비해 너무 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태로 미국에서는 자동차업계의 손실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되지만, 미국이 일본산 제품의 수입을 줄이고 수출을 늘리면 오히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의 대 일본 수출 비중이 5%에 불과한 데 비하면 최근 뉴욕증시의 낙폭은 과도했다는 것이다. 뉴욕증시 벤치마크인 다우지수는 지난 11일 도호쿠 지진 발생 이후 이날까지 1.08% 빠졌다.
노무라홀딩스도 낙관론에 힘을 실었다. 노무라는 일본 금융시장의 유동성과 지불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는 없다며, 지진 충격으로 떨어진 자산 가격에 매력을 느낀 투자자들이 대거 시장에 몰릴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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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주일 엔· 달러 환율 추이(엔/출처:CNBC) |
BOJ가 이날 금융시장에 5조엔의 유동성을 긴급 투입하면서 지진 사태 이후 초강세 행진하던 엔화도 약세로 돌아섰다.
이로써 BOJ가 지난 14일부터 투입한 자금은 50조 엔이 넘는다.
이에 지난 주말 이후 엔화의 초강세 행진을 지켜보며 마음을 졸였던 외환시장이 BOJ의 행보에 기대감을 나타내며 빠르게 반응했다.
전날 80.72 엔에 마감한 엔·달러 환율은 이날 81.17 엔까지 올랐지만, 후쿠시마 원전에서 다시 이상징후가 포착되면서 80.80엔 선으로 다시 떨어졌다.
엔화 강세 기조가 다소 완화됐지만 환율이 여전히 불안정한 만큼, 시장에서는 BOJ의 직접적인 환시 개입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마츠후지 토모가즈 SBI리쿼디티마켓 외환 딜러는 “BOJ는 엔화 환율 방어를 위해 양적완화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엔·달러 환율이 80.60 엔 밑으로 떨어지면 환시 개입 방침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시티그룹에 따르면 일본의 5년 만기 국채의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이날 105베이시스포인트(bp·1bp는 0.01%포인트)를 기록, 전날보다 15bp 떨어졌다.
◇"낙관은 금물"…세계 경제 '시계제로'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본 강진 사태로 세계 경제가 받게 될 충격을 아직 가늠할 수 없는 만큼 아직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중동 사태, 고유가,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고전하고 있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심화시켜 금융시장도 당분간 불안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진 발생 당시 예상하지 못했던 원전 폭발사고가 불거진 탓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 회복을 주도해온 아시아지역 경제의 일본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또 이번 사태의 전체 피해 규모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데다 방사능 공포가 일본 경제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방사능 누출 공포가 가시기 전에는 기업들의 정상영업이 불가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