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공유제, 풀뿌리 ‘동반성장’ 악재될라

2011-03-14 16:00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이하늘 조영빈기자) “지난해 상생협력을 요구하는 정부의 요청에 대기업들은 기존의 상생협력을 더욱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이익공유제는 사실상 대기업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안입니다. 엄밀히 이는 자본주의의 근간인 사유재산제도를 흔드는 제도입니다.”(국내 자동차 업계 임원)

“이익공유제는 대기업들이 자신들만의 이익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인식에서 시작된 것 같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환율 몇원만 떨어져도 바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글로벌 무한 경쟁 시대에 이같은 대기업 때리기는 이들 기업과 협력업체 모두 동반하락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일입니다.”(국내 전자업체 고위 관계자)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제안한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재계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현재상황으로서는 ‘이익공유제’ 자체에 대한 찬반논란이지만 그 속내를 들여보면 재계에서는 “정부의 포퓰리즘적인 정책을 마냥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발이 들어있다.

◆ “정부 포퓰리즘 한계 달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재계에서 강하게 목소리를 낸 것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다. 그는 “이익공유제가 사회주의 용어인지 자본주의 용어인지 공산주의 용어인지 도대체 모르겠다”며 정부의 반자본주의적인 정책을 어둘러 비판했다.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해 타 기업들은 함구하고 있지만 재계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실질적인 재계의 수장으로서 속시원하게 말했다”는 인식이 확신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익공유제를 제안한 정 위원장이 이 제도의 진의를 재차 설명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재계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더 이상 정부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이기만은 할 수 없다는 것.

막상 중소기업들은 이익공유제에 대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국내 한 부품업체 사장은 “어짜피 1차협력사들은 충분한 자금적 여유가 있고 대기업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며 “2·3차협력사들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지 1차협력사를 대상으로 시행되는 이익공유제는 대다수 중소기업들과는 거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 中企 “이익공유제 현실과 동떨어져”

1차협력사의 임원 역시 “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의 목표 초과이익을 협력사들과 나눈다는 취지인데 목표 초과이익에 대한 기준도 모호하고 이 역시 강제규정도 아닌 것으로 알고있다”며 “납품단가연동제 등 협력업체들이 간절히 원하고 있는 사안들이 있는데 오히려 이익공유제가 대두되면서 이같은 실질적인 사안들이 오히려 뒤로 밀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이번 이익공유제가 회자되면서 동반성장위원회의 ‘상생을 위한 동반성장 지수’ 시행도 불투명해졌다.

대기업들의 동반성장 성적을 수치화해 높은 평가를 받은 대기업에는 세제 혜택 또는 정부발주 사업 선발 우선권을 주겠다는 이 제도는 대기업들의 동반성장을 독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받았다.

특히 대기업들의 점수가 공표되면 사회적 기업에 대한 잣대로도 활용돼 국내에 기반을 둔 기업들은 브랜드이미지를 위해서라도 동반성장에 힘을 쏟을 수 밖에 없었다.

◆ 당장 지원필요한 협력업체 고사위기

올해 초 발표 예정이었던 동반성장지수는 이미 내년 초로 미뤄졌다. 여기에 이익공유제 역시 이 지수에 포함하기로 하면서 동반성장지수 발표 및 실행은 더욱 소원해졌다.

정권 말기 레임덕이 심해지면서 정부정책 수립이 쉽지 않고, 선거 국면에 접어들면 동반성장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도 크게 줄기 때문에 사실상 동반성장지수 발표 역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아울러 그간 정부의 상생협력에 마지못해 동참했던 대기업들이 이번 논쟁을 시작으로 동반성장에 대한 의지를 꺾을 가능성도 높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수차례 동반성장을 위한 자구책을 발표했지만 이같은 정책은 상황적용에 따라 뒤집어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한 전자부품 협력업체 관계자는 “다소 미흡하더라도 빠른 시간 안애 중소기업들의 숨통을 띄울 수 있는 동반성장위원회의 실효성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대기업의 힘겨루기가 진행되는 지금 순간에도 협력업체 가운데 일부는 당장의 물 한방울이 부족해 고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