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여 년 전 졸업 선물로 받은 100위안으로 자전거와 구식 카메라를 사 관광사진을 찍어 팔던 그는 현재 자산 71억 위안을 보유한 중국 자동차업계의 최고 부자로 거듭났다.
최근에는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자동차업계 부호들 중 4위인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에 이어 5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에게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꽤 많다.
중국에서 합작이 아닌 독자 자동차 기업을 세운 것이 첫 번째다.
저장성(浙江省)의 항구도시 타이조우(台州)시에서 태어난 그는 풍경사진 촬영으로 첫 사업을 시작해 6개월만에 종잣돈 100위안을 10배로 불리는 수완을 발휘했다.
그 후 친구들과 함께 냉장고 제조업에 뛰어들었고 이 또한 성공을 거둔다.
마침 중국은 계획경제를 버리고 시장경제를 이행하던 시기로 냉장고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후 망하기 직전인 국유기업 지리(吉利)를 인수, 오토바이들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성공적인 민간 기업으로 만들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던 그는 1997년 자동차시장에 뛰어든다. 앞으로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중국 시장에는 이미 외국 자동차업체들과 합작한 자동차회사들이 상품들을 쏟아내고 있었고, 국민들의 자체 기술에 대한 불신도 컸기 때문이다.
심지어 정부의 지지도 얻을 수 없었고 합자기업이 누릴 수 있는 금융·세제 방면의 혜택도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이듬해인 1998년 해치백 자동차 '지리하오칭(吉利豪情)'을 출시, 보기 좋게 성공을 거뒀다. 대당 4만7900위안(한화 약 700만원)의 저가 자동차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 그의 예상대로 적중한 것이다.
또 2003년에는 중국 자동차 기업 최초로 '메이드인 차이나' 자동차의 해외 수출을 성공시켰다.
수출 확대를 통해 오는 2015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66%로 늘리겠다는 목표의 첫 발을 내딛은 셈이다.
그의 최초 기록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난해 포드로 부터 볼보(Volvo) 경영권을 18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중국 자동차 업체가 사상 최초로 해외 유명 자동차 브랜드를 통째로 사들이는 기록을 세웠다.
그가 볼보를 인수한 목적은 분명하다. '짝퉁'차를 비롯, 외국 유명 차를 베끼기만 한다는 비난을 불식시키고 제값 받는 자동차를 생산하고 싶었던 것.
'지리'는 대량생산으로 대중 시장을 잡고 볼보로 프리미엄 시장도 공략하겠다는 전략도 깔고 있다.
남들이 '왜'라고 물을 때 '왜 안 돼'라고 물으며 항상 '도전'하는 자세로 기업을 일궈온 리 회장이 새로 인수한 볼보를 어떻게 키워갈지 세계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