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의대 마취통증의학과 안원식 교수와 국립암센터 마취통증의학과 이순애 박사팀은 연구논문을 통해 국내 마취통증의학과 의사 7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모두 7개 병원에서 9명의 프로포폴 남용자를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프로포폴은 반응시간이 짧아 전신마취 유도제로 많이 사용되며 외래환자의 수술과 내시경 검사 등에 폭넓게 처방돼 왔다. 하지만 마약과 같은 환각효과가 있고 중독성이 강해 과량으로 남용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논문에 따르면 남용자 9명은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 4명, 타과 전공의 2명 등 전공의가 6명이었고 마취통증의학과에 근무하는 간호사 1명과 직업이 분명치 않은 병원 관계자가 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속이 확인된 7명은 모두 3차병원(대학병원) 근무자들이었고 9명 중 2명은 프로포폴 남용으로 숨진 뒤에야 남용사실이 알려졌다. 나머지 6명은 남용현장이 다른 의료진에게 목격돼 남용자로 분류됐다.
남용자 중 재발방지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은 2명에 불과했으며 그나마도 재활에 실패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남용자들은 프로포폴 남용 사실이 알려진 뒤 1년 이내에 모두 병원을 사직한 것으로 집계됐다.
안원식 교수는 “이번 조사에 참여한 의사들이 동료나 후배 의사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실제 남용자의 빈도는 조사결과보다 높을 것”이라며 “그나마 최근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돼 다행스럽지만 이후에도 프로포폴에 대한 관리는 더욱 엄격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결과를 담은 논문은 대한법의학회지 최근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