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갈이 끝낸 금융권… 새장이 시작됐다

2011-03-13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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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유경 이수경 기자) 금융권 새판짜기의 얼개가 완성됐다. 금융권의 새 체제는 금융회사의 규모를 키우기보다는 개별 금융회사의 체질 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개별 금융지주사들은 최고경영자(CEO) 선임을 마무리 짓고 본격적인 회장 중심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이번 금융권 CEO 인선의 특징으로는 거물 인사들의 포진과 기존 CEO들의 연임 성공을 꼽을 수 있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CEO 인선은 금융권을 현 체제를 공고히 해 내실있는 금융기관을 꾸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2009년 말 금융권 새판짜기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을 당시에는 '메가뱅크'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과 경쟁력 강화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충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끝나가는 현 시점에서 금융당국은 금융기관의 체질개선과 경쟁력 강화에 무게를 두고 이번 CEO 인선을 벌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금융권은 KB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신한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외환은행 포함) 4강 체제에 글로벌 상업투자은행(CIB)를 노리는 KDB산은금융지주, 중소기업·서민금융회사인 IBK기업은행 등으로 꾸려질 전망이다.

우선 개별 금융회사들은 현재 CEO 인선에 따른 후폭풍 정리 및 조직의 체질 개선에 분주하다.

지난해 7월 어윤대 회장을 맞은 KB금융의 경우 조직 슬림화를 내세우며 인적 구조조정과 영업점 인력 강화 등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KB금융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부동산 대출 등 부실 우려가 높은 자산을 정리하고, 리딩뱅크로서의 입지를 굳힌다는 계획이다.

지난달부터 신한금융지주의 조타수를 맡은 한동우 회장은 우선 이번 권력투쟁 과정서 소외된 일본 주주들을 달래고 무너진 조직기강을 바로 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신한금융의 경우 은행·신용카드·생명 등 자회사들의 포트폴리오가 균형잡혀 있어 앞으로 소매금융 중심의 영업력 확대는 계속될 전망이다.

오는 14일 강만수 전 청와대 경제특보를 새 회장으로 맞는 산은금융은 수신기반을 확충하고 해외 PF 사업을 확대하는 등의 경쟁력 강화에 나설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강 회장이 메가뱅크를 추진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하지만 현재 당국의 기조는 '산은 민영화가 먼저'이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기업은행은 내부 출신인 조준희 기업은행장을 수장으로 수신기반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기업은행은 규모 다툼으로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질적 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중소기업·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한 채 기업은행법 개정을 통한 지주사 전환 및 민영화를 계획하고 있다. 기은법 개정은 이르면 올해 말에서 내년 초께 논의가 활발해 질 것으로 보인다.

이팔성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우리금융지주는 진행 중이던 민영화가 최대의 화두다. 우리금융은 현재 여타 금융회사에 매각하기 보다는 자체 생존에 포커스가 잡혀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우리금융 민영화에 대해 "기본적으로 떼어 파는 것은 반대하고 있으며, 적절한 자격있는 사람이 사가지 않는다면 거절하겠다"며 "가격이 문제가 아니고 능력이 문제이며 최소비용원칙은 단기는 물론 중장기적으로도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의 경우 매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우리투자증권을 분리매각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우리투자증권과 산은금융 자회사인 대우증권을 묶어 글로벌 규모의 투자금융기관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번 금융권 새판짜기의 가장 큰 변화라면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다. 아직 법원은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 조작에 대한 판결을 내리진 않았지만 시장의 전반적인 컨센서스는 '인수될 것'이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의 연임도 금융권 새판짜기라는 큰 틀에서 본다면 사실상 외환은행 인수를 목적으로 한 금융당국의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금융권 CEO 인선이 관치금융이란 비판은 받지만 경험을 살리고 인맥 네트워크를 활용하거나 높은 리더십 발휘하는 등의 강점은 있다"며 "4대 은행은 덩치만 컸지 실질적인 경쟁력은 강하지 않아 앞으로의 문제는 규모에 걸맞는 질적향상을 할 수 있느냐다"라고 지적했다.

안 연구위원은 다만 "정부가 앞으로 해외 건설, 원전수주 등을 많이 유치해야 하는 점을 감안할 때 은행의 초대형화, 메가뱅크로 갈 여지는 아직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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