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발단과 과정 등을 처음부터 재조사해야 할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상하이 스캔들'의 본질을 둘러싸고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10일 국내 한 언론이 중국 여성 덩모씨의 전 남편 진씨를 통해 확인했다고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진씨가 당초 법무부에 제보한 자료에는 현 정부 정ㆍ관계 인사들의 연락처 등에 대한 정보는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진씨는 이른바 '상하이 스캔들' 사건과 관련, "현재 보도되고 있는 내용 가운데 제가 제출하지 않은 자료도 섞여 있다. 정관계 인사 200명의 자료는 제 와이프(덩씨) 컴퓨터에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진씨는 덩씨와 상하이 총영사관 소속 영사 허모씨 간의 부적절한 관계를 끊기 위한 목적으로 올해 초 법무부에 관련 내용이 포함된 제보를 했다.
진씨는 법무부에 이 사건을 제보하는 과정에서 상하이 총영사관 소속 김모 영사(법무부 출신)의 도움을 받았는데, 이후 법무부 감찰관실과 사건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제공하지 않은 정치인 전화번호 등이 증거자료로 포함된 사실을 확인했다.
진씨는 "김 영사가 치정사건으로 몰고가면 허모 영사가 사표를 쓰고 다시 중국으로 올 수 있으니 확실히 하려면 국가기밀 유출로 몰고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진씨는 또 "김 영사는 정보기관 출신의 장 부총영사 때문에 어쩔수 없이 자신이 주지도 않은 자료를 증거자료로 포함시켰다는 해명을 했다"고 설명했다.
장 부총영사는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와 인사평가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씨의 증언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상하이 스캔들'은 단순 치정사건에 영사관 내 고위층의 파벌싸움이 얽혀 왜곡되고 과장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진씨의 주장에 대한 진위여부와 정관계 인사들의 연락처가 법무부 감찰관실에 건네진 과정을 비롯 사건을 확대시킨 장본인 등에 대한 조사가 원점에서부터 다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청와대는 당초 이번 사건을 단순 치정 사건 정도로 간주해왔지만, 최근 기밀유출 의혹에다 이명박 대통령의 ‘보은(報恩) 인사’ 논란까지 불거지자 당혹스론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가 부랴부랴 정부 합동조사단 구성과 상하이 현지조사 등을 지시하고 나선 것도 사건의 파장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여야 정치권에선 오히려 사건 자체에 대한 추궁보다는 “비(非)외교관 출신 인사를 주요국 재외 공관장으로 보낸 게 근본적인 문제다”는 등의 비판이 쏟아내고 있다.
더불어 최근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의 번역 오류 논란과 이번 사건을 연결지어 “차제에 정부 외교라인을 문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이런저런 말이 많지만 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본 다음에 판단해야 하지 않겠냐”면서 “외교라인 문책 등은 아직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