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고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의 괴리도 큰 것으로 분석됐다. 선진국에 비해 공급충격에 취약해 물가변동성도 큰 편이다.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10일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한국경제학회 심포지움에서 우리나라 물가구조의 특징으로 △높은 물가상승 기대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의 괴리 △높은 물가변동성 △독과점적 시장구조와 물가의 하방경직성 등을 꼽았다.
윤 국장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빠른 성장세를 지속하면서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높게 형성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2000년 이후 주요 선진국의 기대 인플레는 평균 2~3% 수준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3.5% 내외로 나타나고 있다.
서민들의 체감도가 높은 집값 및 교육·식료품비 등이 다른 품목보다 크게 상승한 것도 높은 기대 인플레이션율의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했다.
또 서비스 부문이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윤 국장은 “우리나라 성장률이 다른 국가보다 높아 기대 인플레가 높게 형성돼 있는 점은 일정부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기대 인플레와 중기물가목표 수준을 낮춰가는 문제는 경기·고용 및 금융시장 영향 등 전반적인 경제여건을 균형있게 고려해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국장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생산자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점도 특징으로 꼽았다.
이러한 괴리는 비효율적인 유통구조, 생산자 우위의 가격결정 관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유통산업이 여전히 낮은 단계에 머물러 있고, 높은 유통마진과 비용이 소비자물가를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윤 국장은 “우리나라 도소매업의 노동생산성은 일본의 40%, 미국의 30%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산업연구원 분석에 의하면 유통산업이 1% 성장하면 생산자 및 소비자물가가 각각 0.3%포인트, 0.4%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진입장벽과 관세율이 높은 생산·수입시장의 독과점 구조도 시장 지배력을 통한 높은 가격설정 및 초과이윤을 가능케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윤 국장은 “유통과 시장구조가 경직적이라 가격을 통한 시장의 수급조절 기능이 원활히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 대책도 유통단계를 줄이고
수입·판매 채널 경쟁을 활성화하는 등 유통구조를 선진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선진국에 비해 물가변동성이 크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변동성은 외환위기 이후 다소 완화하는 추세이나 여전히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특히 대외충격에 취약한 경제구조로 물가변동성이 높고 물가변동 흡수력이 낮은 시장구조도 문제다.
높은 에너지 사용량과 낮은 곡물 자급률, 기상여건 악화 등으로 농수산물 공급량이 부족할 때 이를 안정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미흡한 상황이다.
윤 국장은 “실제 우리나릐 식료품·에너지가격 변동성은 OECD 평균에 비해 크게 나타났다”며 “식량·에너지 공급기반을 강화하고 수요조절과 효율성 제고를 위한 노력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독과점적 시장구조와 물가의 하방경직성에 대해 지적했다.
우리나라 물가는 오를 때 쉽게 오르고 일단 오르면 잘 떨어지지 않는, 계단식의 ‘하방경직성’이 뚜렷하다는 분석이다.
선진국 물가는 상승하거나 하락할 경우 변동폭이 비슷한 반면, 우리나라는 상승기에 비해 하락기에 변동폭이 줄어드는 ‘비대칭적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
이러한 물가의 하방경직성은 왜곡된 가격결정 구조와 낮은 경쟁압력, 지대 추구행위 등에 기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독과점적 시장구조는 기업이 가격결정자의 지위를 누리게 해 가격 하락요인의 반영을 억제하고 소비자 잉여를 기업의 이익으로 전환시킨다는 것.
소비자의 감시기능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고 정보가 비대칭적인 것도 물가의 하방경직성을 유발하는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