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저축성 예금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 현재 766조7790억원(말잔)으로 전년 말에 비해 17.93%(119조4655억원) 급증했다.
증가폭으로는 관련 통계가 편제되기 시작한 지난 1970년 이후 30년 만에 최대이며, 증가율로는 지난 2000년의 28.2% 이후 10년 만의 최고치이다.
은행예금이 크게 늘어난 것은 지난해 7월과 11월 두차례 기준금리가 오르는 등 금리 인상 기대감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2분기 2%대까지 떨어졌던 예금은행의 가중평균 수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올 1월 3.46%으로 뛰어 올랐다.
특히 예금자들은 금리 인상에 대비해 만기 도래한 자금을 만기가 짧고 환승이 용이한 회전식예금 등에 집중 투자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은행의 6개월 미만 예금은 지난해 말 74조8625억원으로 전년 말에 비해 44.3% 급증했다. 6개월 이상 1년 미만 예금도 지난 한해 27.7%나 늘었다.
올 들어 은행예금의 인기는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저축은행 부실 사태로 저축은행서 인출된 예금과 외국인의 탈출러시가 이어지고 있는 증시에서 빠진 자금이 은행 예금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우리·신한·하나·IBK기업은행 등 5개 은행의 총수신은 지난달 말 현재 731조7125억원으로 한달새 14조8837억원이나 증가했다. 이들 은행의 1월 예금 증가폭 5086억원의 30배에 달하는 규모다.
금융권 관계자는 "증시 조정과 금리 상승 전망으로 자금이 은행으로 집중되고 있다"며 "머니마켓펀드(MMF)나 펀드에 몰렸던 자금이 최근 은행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은행들이 때를 놓치지 않고 각종 특판 상품을 내놓고 있는 점도 이 같은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국민·SC제일 등 여러 시중은행들은 스마트폰뱅킹 시장 선점을 위해 연 4.0%대의 스마트폰 전용 예금을 판매하고 있다. 우리·신한·하나은행 등도 수신고객 확보를 위해 지난해 중하순부터 월복리 예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아울러 소매금융 확대에 나선 KDB산업은행은 최고 연 4.7%의 금리를 제공하는 특판 예금과 연 5.09%의 수익률을 누릴 수 있는 산업금융채권(산금채)를 판매하고 있다.
기업은행도 연 금리 4.5%의 중소기업금융채권(중금채) 판매를 통해 개인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