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은 해방 후 국내에서 교육 받고 자란 미술 1세대 화가로 한국적 전통의 종이와 미감을 접목한 추상미술로 한국미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모색해왔다. 1960년대 앵포르멜에서 시작하여 1970년대 중반 모노크롬을 거쳐 1990년대 닥종이를 사용한 ‘닥’ ‘묵고’ 등 한국 고유의 전통적 울림을 내포한 작품들을 통해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펼쳐왔다. 평생토록 일관되게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정신과 물질 등 이질적 개념이 합치되는 ‘물아합의’의 세계를 추구했다.
1927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회화과 1회 출신으로 1953년 제2회 국전에서 특선하며 화단에 등단했다.
1961년부터 1993년까지 서울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1969~1971년에는 문화재 전문위원을 역임했고 1993년에는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다.
2~3년 전부터 건강이 나빠지면서 작업을 중단했던 작가는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화업 60년을 정리하며 열었던 대규모 개인전을 생전 마지막 전시로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