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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차현정 기자)“여성 대통령의 탄생 시기요? 더 이상 막연하게 시기를 논할 때가 아니라고 봐요. 지금은 능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죠. 한 가지 좀 흥미로운 현상은 선진화 된 나라일수록 여성이 최고 정치지도자 반열에 드는 속도도 빠른데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앞서 여성 대통령을 배출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옥임 한나라당 원내대변인. 그를 만난 건 지난 18일, 지난해 12월 예산안·법안 강행 처리에 따른 여야 갈등으로 문 닫았던 국회가 두 달여 만에 열린 날이다. 본회의장에서 표결을 마치고 돌아온 정 대변인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마주했다.
기회를 부여하면 창의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게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징이라는 그. 특히 여성은 21세기에 맞는 코드를 모두 갖췄다는 점에서 유리하다고 정 대변인은 강조했다.
“21세기가 여성적(feminine), 감성적(feeling), 가상적(fiction)인 것이 지배하는 ‘3F 시대’가 될 것이란 예측에서 보듯 여성들의 약진은 이미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어요. 그럴수록 다방면에 진출한 여성들이 ‘소명의식’을 가져야 하고 사회를 긍정적이게 하는 동력이 돼야 합니다.”
여성에 대한 정치적 차별 역시 “없어졌다”고 한다. “어떤 면에서 아주 조심스런 얘기지만 오히려 역차별이 우려될 정도로 여성들은 약진하고 있어요. ‘편견’은 존재하겠지만 제가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에 비하면 유리천장(glass ceiling)은 거의 없어졌다고 봅니다.”
다만 사회활동을 하는 여성으로 느끼는 어려움은 여전히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여성 정치인은 여성이기 전에 정치인이고 정치인이기 전에 인간이고 인간이기 전에 어머니죠. 맡은바 소임에서 오는 오버로드, 과부하가 바로 그겁니다. 또한 정치인의 능력과 성실성, 역량, 소명으로 평가받고 싶은데 여성성이 우선돼버리면 때론 선의의 피해를 받게 되죠.” 여성성 자체를 뛰어넘고자 하는 정 대변인에게는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게 그의 부연이다.
지금은 어떤 정치인인지, 또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은지 그의 다짐을 물었다.
“끊임없이 이 땅의 정치 문제를 고민하고 있어요. 결과라든지 정치적 소신을 투영해서 미래세대에 긍정적인 자산을 남겼을 때 비로소 정치의 의미가 있는데 이를 두고 끝없이 고민한다는 점에선 스스로 자긍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민심과 진실에 대한 소신에 있어선 인정받고 싶다고 한다. “정치적 부류는 다양하죠. 특히 자유민주주의에서 여론의 민심은 반드시 가장 1차적으로 고려해야 될 변수고 민심과 진실이 동떨어져 있을 때도 있고 소수가 민심을 대변하는 경우도 있는 복잡한 상황에서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보인 정치인으로 남고 싶어요. 실의에 야합하거나 비난받는다는 이유로 비굴해지진 않을 겁니다.”
‘연중행사처럼 벌어지는 국회 폭력과 무질서’는 18대 후반기 국회가 시급히 정리해야 할 일이라고 꼽는 그. 단기간에 가능하진 않겠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다수결의 왜곡 내지는 소수의 강변, 이런 게 정말 자유민주주의 게임 룰에 의해 정착되는 모습인데 이런 게 지금의 정치 문화로 볼 땐 18대 국회에서 깨끗이 해결될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을 해야 반석 위에서 정치적 역사나 기록이 새롭게 남을 텐데 과거의 아픈 기록과 계속 중첩되면서 지금 현재의 이념적 갈등이라든지 사회적 양극화가 배태되고 있는 것이죠.”
당의 철학과 방향에 대해 스스로 체화돼 있는 사람. 그가 생각하는 원내대변인의 역할이다. 기본적인 것을 전달하고 언론과의 대응에 있어서 언론의 자극(언론의 ‘질문‘을 일종의 자극이라고 했다)에 대해 신속, 정확, 융통성 있게 전할 수 있는 역량을 통해 견해를 개진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의 대변인은 그와 기능이 다르다고 했다.
“예컨대 미국 백악관의 대변인이나 국무부 대변인은 쉴 새 없이 즉각적으로 일어나는 정책에 대해 정확한 용어로 전달하고 상대국이나 상대정당, 카운터 파트가 누가됐든 간파해서 이해 가능토록 중간 메신저 역할을 하는 게 대변인인데 말이죠.”
그만큼 대변인의 위상이 과거에 비해 하향 조정된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다양한 미디어 채널을 통한 당 지도부의 즉각적인 목소리 전달 또한 대변인의 역할을 축소시키는 대목이라고.
“구조의 변수, 위계의 변수, 힘의 변수가 모두 정치적 영향력인데 갖게 되는 수단이 다양하고 단순히 소신과 소양을 갖췄다고 역량이 다 생기는 것은 아니죠.”
정치학을 전공한 그. 정치적 본질과 현상, 사례는 꿰고 있다고 한다. 다만 정치인이 된 지금까지도 이를 객관화해서 분석하려는 습관이 있는데 현실 정치에선 자료·교재와 다른 현실이 있단다.
“현실의 벽은 작용 반작용에 의해 무너지지 않겠다 싶어요. 적어도 정치는 영리추구, 사회운동, 종교 등과 기본적으로 다르고 한편으론 권력을 잡는 것이지만 또 한편으론 그만큼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데 그건 결국 정책이 옳다는 확신을 국민에 줘야 해요. 그러려면 스스로가 반드시 가져야 할 소명이나 철학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반드시 필요한 그 두 가지가 현실정치에서 빠진 것이 그의 눈에 보이더라는 것. 그 때 상당히 당황하게 된다고 한다. “정치를 하다보면 진실을 알면서도 진실을 말하지 않아요. 지탄받기보다 피하거나 진실이 아닌척하는 정치인들이 많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