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자문형 랩 시장 주도권 다툼 치열

2011-02-1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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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자문형 랩 경쟁적 출시…수수료 인하 '大戰'

(아주경제 김용훈 기자) 지난해 국내 증권사 실적이 자문형 랩에서 갈린 것으로 나타나면서 국내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신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수수료 인하를 통한 시장 주도권 다툼도 치열하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그리고 멕시코·인도네시아·한국·터키시장에 투자하는 해외투자 랩이 경쟁적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또 기존 자문형 랩 상품에 적립식 펀드 개념을 결합한 적립식 랩 '빌드업(Build-up) 랩'도 나왔다.

◆ 증권사 자문형 랩 신상품 출시 '大戰' = 이날 우리투자증권은 해외 직접투자 상품인 믹트(MIKT) ETF 랩과 G2 ETF 랩을 출시했다.

믹트 ETF 랩은 멕시코·인도네시아·한국·터키시장에 분산투자하는 상품으로 미국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해당 국가 관련 ETF 매매를 통해 운영된다. G2 ETF 랩은 미국시장에 상장돼 있는 미국·중국과 관련 ETF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삼성증권은 중국 화샤기금, 미국 레그메이슨 등 유수의 해외자문사 확보를 통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화샤기금은 운용규모가 40조원에 달하는 중국 1위 자산운용사이며 레그메이슨은 총 운용사산이 6677억달러에 이르는 세계 11위 운용사다.

홍콩 H시장에 투자하는 차아니다이렉트 랩을 이미 선보인 대우증권도 다음달 미국투자 랩을 출시한다. 이밖에 현대증권과 신한금융투자도 새로운 해외자문형 랩 상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저 가입금액을 낮춘 '빌드업 랩'에 승부수를 띄웠다. 빌드업 랩은 주식시장이 하락할 때 꾸준히 적립금을 납입해 주식매수 단가 하락 효과를 노리는 상품이다.

기존 국내 자문형 랩 상품의 최저 가입금액은 3000만원대였다. 그러나 이 상품은 최초 가입 시 500만원 이상, 매월 50만원 이상 적립식으로 납입하면 된다.

◆ 수수료 인하 통한 주도권 다툼도 치열 = 이날 SK증권은 연 2.0%를 징수해온 자문형랩의 수수료는 0.99%(3000만원 이상)로, 최고 연 2.8%(1억원 이하)의 수수료를 책정했던 일임형 상품 중 일부는 1.4%로 낮추며 자문형 랩 수수료 인하 경쟁에 동참했다.

경쟁의 포문을 연 것은 미래에셋증권이다. 박현주 회장이 "자문형랩 수수료 인하를 주도하겠다"고 밝힌 지 사흘 만인 지난 14일 미래에셋은 자문형 랩 수수료를 기존 3%에서 1.9%로 내렸다. 이에 현대증권도 즉각 자문형 랩 수수료를 기존 1.5~3%에서 1~1.5%로 절반으로 낮췄다.

반면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 등 자문형 랩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증권사들은 랩 수수료 인하에 동참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들 선두그룹은 "관리 프로세스 강화와 시장기능 제고, 서비스 퀄리티를 높이는 쪽에 주력하는 편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대증권이 지난 14일 수수료를 인하한 후 이틀 간 61억원에 달하는 가입액을 끌어모으면서 다시 한번 수수료 인하 붐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동양종금증권, 신한금융투자은 향후 투자자 반응을 지켜본 뒤 인하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자문형 랩 수수료가 인하가 나쁠 건 없지만 과당경쟁으로 서비스의 질이 낮아져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 대신증권도 '자문형 랩'…이유는? = 자문형 랩 돌풍이 거세지면서 그간 이 시장에 무관심했던 대신증권도 뒤늦게 자문형 랩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대신증권은 자사의 종합자산관리서비스인 '금융주치의' 컨셉과 자문형 랩의 성격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랩 상품을 출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이 증권사는 "자문형랩 상품에 대한 검토 과정이 상당부분 진행됐고, 2월 말에서 3월 초께 상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유는 명료하다. 지난해 국내 증권사 실적은 자문형 랩이 좌우했던 것.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거둬들인 증권사는 2695억원을 기록한 대우증권이 차지했다.

그러나 대우증권의 영업이익 성장률은 4.5%에 그쳤다. 이에 비해 영업이익 2457억원으로 2위를 기록한 삼성증권은 자문형 랩에서 벌어들인 자산관리수수료 수입이 409% 급증하면서 영업이익 성장률 16.8%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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