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동에서는 백석대 법정경찰학부 김상균 교수가 ‘인권과 피해자의 이해’를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김 교수가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상처받을 수 있다”며 이야기를 풀어나가자 전의경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귀를 기울였다. 청중 가운데 잡담하거나 조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같은 시각 다른 강의실에서는 게임과 노래를 사용해 언어와 인성을 순화하는 교육도 나란히 진행됐다.
경찰청은 구타.가혹행위 가해자로 지목된 전의경들에게 지난 10일부터 23일까지 2주간 일정으로 인권교육을 실시 중이다.
고질적인 인권침해 행위를 뿌리뽑겠다는 의지를 과시하려는듯 경찰은 사상 첫 인권교육 현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교육대상자는 전입 6개월 이하의 전의경 4천581명에게 구타·가혹행위 피해 신고를 받은 결과 가해자로 지목된 전의경들.
교육을 받은 A 상경은 “경미한 일인데다 악의적으로 그런 것도 아닌데 (가해자로 지목돼) 억울했다. 하지만 교육을 받으며 겸허히 잘못을 받아들이고 반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현장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처벌수위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원수리에 이름이 거론된 선임병들을 모두 소집해 교육을 실시하고 언론에 공개하는 것이 오히려 ‘가해자 인권’을 침해하는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부대에서 분대장을 맡고있는 B 상경은 “후임들이 (가혹행위) 상황을 과장되고 허위로 진술한 부분이 있다”며 “감찰에서도 너무 몰아붙이고 언론에서도 죄인취급하는 분위기여서 안타깝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B 상경은 “G20을 앞두고 2인1조로 방패를 들고서 사방에서 날아오는 돌을 막아내는 실전훈련을 하던 중 (후임이) 너무 우왕좌왕해 소리를 지르고 정강이를 발로 찬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어떤 상황인지 집에 자세히 말도 못하고 교육에 입회한지 2주째인데 어떻게 (처벌)될지 모르겠다”며 “다른 대원 중에도 억울하다는 사람이 있다. (소원수리에) 적힌 사람들이 다 죄인이구나 싶다”고 말했다.
교육에 참여한 전의경 중 구타 및 가혹행위 혐의가 인정되면 우선 타부대로 전출된 뒤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경찰청 이중구 경비과장은 “현재 진행중인 인권교육은 옛날처럼 벌받는 교육이 아니다. 교육을 통해 전의경 사이에 구타와 가혹행위가 적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15일 오전 10시 인권보호위원과 전의경 부모 등 민간인이 참여하는 ‘전의경 인권침해 처리 심사위원회’를 열어 가해자로 지목된 전의경들의 처벌수위를 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