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CEO 인사 큰 가닥 잡혔다

2011-02-1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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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유 임기 연장, 신한·우리, 이달 중 새 얼굴 등장

(아주경제 이재호 김유경 기자) 연초부터 금융권을 달궜던 주요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인선 작업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경영진 내분 사태로 홍역을 치렀던 신한금융지주는 오는 14일 새 회장 후보를 선정한다.

우리금융지주는 이팔성 회장의 연임이 유력시 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김승유 회장이 1년 더 회장직을 유지하면서 외환은행과의 인수합병(M&A) 진행 속도에 따라 추가 연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우리금융 회장 후보를 잇따라 고사한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은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유일하게 남은 대안이지만 본인이 금융지주회사 회장에 관심이 없다고 밝히고 있어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신한금융, 한택수·한동우 경쟁 속 최영휘 ‘다크호스’

신한금융은 지난 8일 7차 특별위원회를 열고 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이사회 의장, 한동우 전 신한생명 부회장, 최영휘 전 신한금융 사장,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 등 4명을 최종 후보군으로 선정했다.

현재 구도는 한택수 의장과 한동우 전 부회장이 경합하는 ‘2파전’ 양상이다. 한 의장은 재무관료 출신으로 신상훈 전 사장과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부회장은 신한은행 창립 멤버로 30년 가까이 ‘신한맨’으로 재직했으며 현역 시절 탁월한 영업력으로 라응찬 전 회장의 신임을 받았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의 경쟁을 신 전 사장과 라 전 회장의 대리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신한금융은 오는 14일 8차 특위를 열고 최종 후보 한 명을 선택한다. 9명의 특위 위원 중 류시열 회장을 포함한 4명의 국내 사외이사는 내부 출신인 한 전 부회장을, 재일교포 사외이사 4명은 한 의장을 지지하고 있는 분위기다.

변수는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김석동 위원장은 “신한금융은 당국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라”며 회장 선임 과정이 파벌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는 데 대해 일침을 가했다.

류시열 회장이 막판에 후보직을 고사한 것도 당국의 반발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최영휘 전 사장이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최 전 사장은 재임 당시 BNP파리바를 단일 최대 주주로 영입한 바 있어 우호적인 관계다. 여기에 라 전 회장과 마찰을 빚고 회사를 떠났기 때문에 파벌에서 자유롭다는 것도 강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 내부에서도 차기 회장 인선 작업은 14일에 마무리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대내외적으로 반발이 제일 적인 후보를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우리금융, 이팔성 연임 유력

우리금융은 9일 회장 후보 공모 접수를 마감했다. 이팔성 회장과 김우석 전 자산관리공사 사장, 김은상 삼정KPMG 부회장 등이 공모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공모에 응한 후보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시하고 이달 말까지 최종 후보를 선정할 방침이다.

회추위는 이원태 예금보험공사 사장과 이헌·이두희·방민준 등 우리금융 사외이사 3명, 외부 전문가 3명 등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시장에서는 이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유력 후보였던 강 위원장이 공모에 불참한데다 민영화 완수라는 명분도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민영화 작업을 진두지휘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우리금융 대주주인 예보도 이 회장을 지지할 공산이 크다. 7명의 회추위 위원 중 예보 1명, 우리금융 사외이사 3명 등 4명이 이 회장에 우호적인 모양새다.

다만 김 전 사장 등의 명성도 녹록치 않아 의외의 결과가 도출될 수도 있다. 김 전 사장은 재무부 출신으로 금융당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 하나금융, 김승유 “우선 1년 더”

하나금융은 10일 이사회를 열고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확정했다.

규준에 따르면 하나금융과 계열사 CEO 등 등기이사 연령이 만 70세로 제한된다. 현행 3년으로 돼 있는 CEO 임기도 첫 임기만 3년으로 하고 연임을 하게 되면 1년씩 연장해야 한다.

'신한사태’ 등으로 국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새 규준을 도입한 것이다.

다음달 임기가 끝나는 김승유 회장이 연임에 성공할 경우 만 70세가 되는 2014년까지 3년간 회장직을 더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3년 임기를 보장받는 대신 우선 1년을 연임하고 외환은행 인수 작업의 진행 추이를 보면서 추가 연임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더 높다.

김종열 사장과 김정태 하나은행장도 이 같은 방식으로 1년 연임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하나금융은 조만간 등기임원 후보자를 선정하기 위한 ‘경영발전보상위원회’를 가동해 다음 달 임기가 끝나는 회장과 사장, 행장 선임 작업을 시작한다.

경발위는 하나금융 사외이사 4명과 김 회장, 이사회 운영위원회 위원 2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돼 있지만 최근 CEO가 본인에게 투표하는 행태에 대해 논란이 일자 김 회장은 본인에 대한 심사 권한 및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 강만수, ‘낙동강 오리알’ 되나

금융권 CEO 인사의 판세를 결정할 ‘핵’으로 떠올랐던 강 위원장의 거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신한·우리·하나금융 회장 자리는 물 건너 갔다. 남은 곳은 산은금융지주로 민유성 회장은 다음 달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지주회사 전환에 성공하고 민영화를 앞두고 있는 민 회장이 조기 퇴진을 선언한 것도 강 위원장 등 정치권 인사에게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전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관료로서 정점까지 올랐던 강 위원장이 가기에는 산은금융지주 회장직의 ‘급’이 떨어지는 게 사실. 연봉 수준도 민간 금융지주회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한 정치권 인사는 “당초 강 위원장은 감사원장 자리를 원했지만 정동기 전 후보가 야권의 십자포화를 맞고 퇴진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감이 없어진 것 같다”며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처럼 민간 금융회사로 자리를 옮기는 것도 고려한 것 같지만 청와대와 정치권에서 만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강 위원장이 산은금융으로 자리를 옮길 지 여부는 본인의 의중에 달렸다.

민영화를 앞둔 산은금융 입장에서는 강 위원장처럼 힘있는 CEO를 마다할 리 없지만 처우에 비해 업무 강도가 높아 강 위원장이 선뜻 응할 지는 미지수다.

강 위원장도 수차례에 걸쳐 “금융지주회사 회장에 관심을 보인 적이 없다”고 언급하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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