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산업계 목 조르는 '물가대책'

2011-02-09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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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변해정 기자) '핑계없는 무덤없다'

세상사 어떤 일이라도 무슨 곡절이 있다는 옛 속담이다.

닷새간의 설 연휴가 끝나자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던 산업계가 일제히 가격 인상에 나설 조짐이다. 한파와 구제역 여파로 농·축·수산물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국제유가는 이집트 사태까지 겹쳐 계속 오르고 있다는 게 요지다.

공식 물가지표인 소비자물가는 1월에 4.1%나 올랐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2.6% 상승해 15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집트 민주화 시위 여파로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국제유가도 연일 뛰고 있다. 지난 2일 기준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97.11달러로, 2008년 9월26일(배럴당 101.49달러)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의 물가 압박이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산업계는 업태 불문하고 제 식구 감싸는 자세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변호하고 있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이 8일 정부부처와 경제5단체장 간담회에서 "국내 기업이 제품 가격 상승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지만 원자재 상승을 감당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발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실 산업계는 설 물가 잡기에 '올인'한 정부의 입장이 명절 뒤에는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기대한 눈치였다.

특히 라면·빵·과자 등 서민생활과 밀접한 식품업계의 경우 가격을 인상해야 할 시기에 되려 인하 압력을 받는 지경에 놓였다. 물론 '인상-재인상'을 반복하며 물가 상승을 이끌어 온 점을 감안하면 이해는 간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되려 이윤 추구가 목적인 기업이 정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제품가격을 인상하는 행태를 부당 이익을 취하고 있는 모양새로 만들어 버리고 있다. 기업의 정당한 가격인상 요인을 '핑계'로 치부하는 것은 대내외적 환경을 직시하지 못한 것일 뿐이다.

손해를 보면서까지 장사할 이유가 없는 산업계를 들볶아봐야 물가가 안정될 리 만무하다. 진정으로 물가를 잡겠다면 기업이 수긍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보다 현명한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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