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난히 추운 건 북극 ‘대기 울타리’ 약해졌기 때문

체감온도 영하 50도에 육박하는 한파가 미국 북동부 지역을 엄습했다.

미국기상청은 미국 북동부 뉴잉글랜드 일부 지역의 체감온도가 24일(현지시간) 영하 50도에 육박했다고 밝혔다. 해당 지역엔 한파 주의보 및 경보가 발령된 상태다.

극한의 한파가 몰아닥친 여파로 펜실베이니아.뉴욕.버몬트.뉴햄프셔주 북부 지역의 일부 학교는 학생 보호 차원에서 휴교령을 발동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유럽 등 온대 국가들을 꽁꽁 얼게 하고 있는 올 겨울 매서운 한파의 원인을 미국 뉴욕타임스 신문이 24일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이상(異常)’이라는 관형어를 붙여도 좋을 정도로 추운 올겨울 날씨는 찬 공기를 북극에 가둬 두는 ‘대기순환 패턴’, 즉 ‘냉기(冷氣) 울타리’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과 올 겨울 연속으로 북극의 냉기가 유럽을 덮쳐 이 대륙을 눈과 얼음으로 온통 뒤덮었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눈보라가 미국 동부 연안을 강타했다. 올 겨울 미국 최남동부 지역 사람들은 이례적인 폭설과 한파에 시달렸으며, 이미 꽁꽁 얼어붙은 미국 북동부에는 이번 주 또 한 차례의 폭설이 찾아들 었다.

딴 세상도 있다. 미국 남동부 최대도시 애틀랜타의 주민들이 열심히 눈을 치우는 동안 그곳에서 북쪽으로 3200km 떨어진 곳의 날씨는 유달리 따뜻했다. 캐나다 북동부와 그린란드의 지난해 12월 기온은 평년보다 최대 11.1도나 높았다.

캐다나북부 누나부트준주(準州)의 주도(州都) 이칼루이트는 새해맞이 스노모바일 행진 행사를 취소해야만 했다. 누나부트 부지사 데이비드 엘은 누나비트 주민들이 눈으로 덮인 미국과 유럽 도시들을 부러워한다면서 “우리 지역 눈이 죄다 그쪽으로 갔나 보다”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이처럼 뒤죽박죽인 날씨의 원인은 명확하다. 차가운 공기를 계속 머금는 경향이 있는 대기 순환의 패턴이 약화되는 바람에 차가운 공기가 대거 남쪽으로 내려갔고, 따뜻한 공기 덩어리가 북쪽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대기 패턴이 지구온난화, 구체적으로 북극해의 급격한 해빙으로 초래되는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느냐이다.

인공위성으로 관측을 시작한 1979년 이래 측정 기준 시점인 9월의 북극해 얼음은 지금까지 30% 이상 줄었다. 이는 지난 수십 년 사이 지구에서 발생한 가장 충격적인 변화다. 과학자들은 이 현상이 광범한 날씨 패턴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는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얼음은 햇빛을 반사한다. 그래서 얼음이 없어지면 북극해는 여름에 열(熱)을 더 많이 흡수한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 추가 열이 유럽과 미국에 겨울 한파를 몰고 오는 주된 원인이라고 말한다.

이들의 이론은 북반구를 감싸고 회전하는 빠른 공기의 강(江), 즉 제트기류와 관련이 있다. 겨울에는 통상 북극 지역과 중위도 지역 사이에 강한 기압 차이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제트기류는 북극 주변에서 밀도가 높은 소용돌이를 형성해 차가운 공기를 지구 꼭대기에 가둔다.

국립해양·대기청의 연구원 미셀 르로는 “그것은 울타리와 같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기압차가 사라지면 제트기류는 약화되어 남쪽으로 내려간다. 그 과정에서 차가운 공기가 남하하고 대신 중위도의 따뜻한 공기가 북상한다. 이것이 바로 지난 겨울과 올 겨울 발생한 현상이다. 이것은 마치 냉장고 문을 열어둔 것과 같다. 그렇게 되면 냉장고 안의 냉기가 부엌에 퍼지면서 부엌의 따뜻한 공기가 냉장고 속으로 들어간다.


(아주경제 송철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