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품는 국가전략 세우자] 글로벌 언어가 경쟁력이다/김백기 한국외대 언어연구소장

2011-01-24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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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0대 국가 진입을 위한 튼튼한 기초 다지기는 글로벌 외국어 교육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21세기 들어 가장 많이 회자되는 단어는 아마도 글로벌(Global)이라는 단어일 것이다. 지난 세기 미국과 소련 중심의 양극화와 냉전 시대를 지나 이번 세기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글로벌, 글로벌 시대!'

인터넷과 정보통신의 발달로 한층 그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절대적 경쟁 사회인 글로벌 시대에 한국이 세계 10대 강국으로 진입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글로벌 역량을 갖추고 있는 인재이다. 이들은 전 세계를 무대로 주체적으로 활동하고 전 세계 인재들과 교류하고 경쟁하며 한국의 선진화와 세계화를 이끌 첨병인 것이다. 그렇다면 글로벌 시대 한국의 희망인 글로벌 인재들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능력은 무엇일까? '글로벌 언어 지식과 의사소통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인재들이 갖추어야 할 글로벌 언어 지식이란 다음의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 우선 글로벌 시대에 가장 많은 사용자를 갖고 있는 글로벌 사용 언어에 관한 지식일 것이다. 우리 시대에 영어와 중국어 등이 글로벌 언어에 해당되는 언어이며 이들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을 의미한다. 아울러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하여 일본어와 러시아어도 이들 글로벌 언어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두번째 측면에서 글로벌 언어 지식이란, 특정지역에 있는 사람과 소통할 수 있고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특정 지역의 언어에 대한 지식을 의미한다. 중동 지역 분쟁의 희생자들을 구해내기 위한 아랍어 지식, 아프리카 오지에서 무역 협상을 이루기 위하여 사용되는 스와힐리 현지어 능력, 탄소배출권 협상을 위한 브라질 정부와의 정부 간 협상 테이블에 사용되는 포르투갈어 지식 등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이들 언어들은 영어나 중국어와 비교할 때 그 사용자가 전 세계적 규모는 아니지만 특정 현안과 국가적 필요에 의해서 그 지식 습득이나 소통이 반드시 필요한 언어들이며 언어 지식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글로벌 언어 지식 속에 함의되어 있는 '글로벌리티(Globality)' 개념과 '로컬리티(Locality)' 개념을 규정하고, 이것에 맞는 글로벌 언어 교육 정책을 펴야할 것이다. 우선 글로벌리티 개념에 포함되는 글로벌 언어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등 그 언어 사용자의 수가 전 세계에 분포되어 있으며, 국제적 현안이나 문제 해결을 위하여 중간언어(Meta Language)로서 반드시 교육이 필요한 언어를 의미한다.

글로벌리티 구현을 위한 글로벌 언어에 대한 교육은 1차적으로 글로벌 인재를 대상으로 하지만,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본다면 글로벌 인재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언어 교육 정책이 이루어져야 한다.

오늘날 하루가 다르게 국민들의 의식 수준과 지적 역량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외국어 교육정책은 이 속도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다. "외국어 2~3개 모르면 우물 안 개구리"는 말은 이제 우리나라 온 국민에게 해당되는, 해주어야 하는 말이 되어가고 있다.

글로벌 인재를 포함한 전 국민의 글로벌 언어 지식 향상을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글로벌 언어 조기 교육이 필요하다. 글로벌 언어 조기 교육. 글로벌 시대에 전 국민이 1개 이상의 외국어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외국어 조기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외국어는 후천적 학습에 의해서도 얻어질 수 있지만 그보다는 선천적 혹은 조기 교육을 통하여 습득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이것은 암기나 학습이 아닌 체험과 습득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훨씬 쉽게 모국어 화자 수준의 언어실력에 도달할 수 있다. 초등학교에서부터 시작되는 외국어 교육이 필수적이며 특히 조기교육을 통한 글로벌 언어 교육과 습득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 되었다.

우선 국어 교육의 내실화가 필요하다. 외국어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한국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흔히 주변에서 나는‘어떻게 하면 외국어를 잘 할 수 있을까?’ 라는 문의를 자주 받곤 한다. 그럴 때마다 외국어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 하지만 모국어를 잘 구사하는 경우 제2외국어의 습득은 상당히 빠르고 효과적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모국어 지식이 없는 외국어는 모래 위에 지은 성과도 같다. 따라서 글로벌 외국어 경쟁력을 위해서는 국어 교육의 프로그램 개선과 새로운 방법론 도입이 필요하다. 기존의 문제풀이 식이나 상위학교 진학용 교육이 아닌 좀 더 실용적이고 문화소통 방식에 초점을 맞춘 교육 안이 나와야 한다. 올라른 독서교육도 국어 교육의 내실화에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 외국어교육 활성화가 요구된다. 글로벌 시대, 미래의 글로벌 인재들에게 가장 중요한 매체는 단연코 모바일 이동통신 수단이다. 모바일 이동통신 수단은 전 세계와의 온라인 통화를 자유롭게 하고, 이를 통한 모바일 인터넷은 자연스러운 외국어 교육 공간을 제공한다. 결국 외국어 교육 및 습득에도 새로운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것이다.

벌써 스마트폰 등에는 다양한 외국어 학습 애플리캐이션(Application)이 등장하고 있고, 강의실에서 스마트폰을 통한 사전 검색이나 지식 검색은 새로운 풍경이 아니다. 이렇듯 현대식 이동통신 기기들은 실시간 정보 검색과 외국어 교육 환경을 조성해 주고 있다. 특정 사이트들은 심지어 통역 및 번역 서비스도 무료로 제공해 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오프라인 교육이나 종이만으로 된 교육 자료를 이용한 외국어 교육은 새로운 대체 교부재로 바뀌어야 하고 또 바뀌어가고 있다.

글로벌 외국어교육 환경 조성도 필요하다. 교환학생이나 연수 프로그램이 지금까지는 대학 단위에서 활성화되어 있었는데 이제는 초·중·고교 단위로까지 하향 활성화가 절실하다. 나가는 학생들도 많아야 하지만 외국어에서 불러오는 학생들의 수도 더 늘려야 한다. 학교는 다문화 사회를 반영하는 다문화와 글로벌 외국어의 경연장이 되어야 한다. 다문화를 맹점으로 보는 것이 아닌 글로벌 언어와 문화의 학습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물론 이와 관련된 사회적 정책 발굴이 선행되어야 함은 강조할 필요도 없다. 



이제 로컬리티 개념 구현을 위한 글로벌 언어 지식 교육으로 주제를 돌려보자.

로컬리티 개념에 포함되는 글로벌 언어들(이하 로컬리티 언어)로는 셀 수 없이 많은 개별 언어들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1차적으로 이들 로컬리티 언어들을 재분류하여 그 지역에 맞는 언어 교육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크게 로컬리티 언어들은 유럽연합(EU) 언어군, 동남아 언어군, 중남미 언어군, 중동 언어군, 아프리카 언어군 등 5개 권역으로 다시 나눌 수 있다. EU 언어군에는 2007년 가장 최근에 EU에 가입한 국가의 언어인 불가리아어와 루마니아어를 포함한 27개 언어가 포함된다. 이 지역 언어군에는 비교적 선진 서유럽과 신흥 동유럽 국가들이 공존하고 있다. 역사적 전통과 철학적 사유가 깊은 곳이다. 급격한 변화보다는 점진적 변화와 인간적 공존을 요구하는 지역임을 언어 교육에 앞서 염두에 두어야 한다.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동남아 언어군에는 베트남어, 말레이-인도네시아어, 인도어를 비롯하여 우리나라로서는 아직 미개척지인 미얀마어, 캄보디아어, 라오스어 등이 포함된다. 이들 언어군과는 아시아적 동질성이 강조될 수 있는 점이 있고, 인구 규모나 경제, 사회성장 속도 면에서 우리와 정책적 연대와 교류가 필요한 지역임을 명심해야한다.

중남미 언어군은 크게 스페인 언어권과 포르투갈 언어권으로 양분되는데 멕시코, 아르헨티나, 페루 등이 전자에 속하는 대표적인 나라들이고, 후자로는 브라질을 들 수 있다. 이 지역은 새로운 무역시장으로 떠오르고 있고, 특히 환경 분야에서 탄소배출권, 녹색성장 면에서 우위를 나타내는 지역이다.

중동 언어권은 아랍어를 모어로 사용하는 일군의 아랍 국가들을 지칭하는데 석유를 비롯한 천연자원 측면과 사회 개발, 국제사회 분쟁 측면에서 매우 주목받고 있는 지역 언어군들이다. 이슬람교를 믿는 이들은 흔히들 ‘문명충돌’의 한 축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인류에게 마지막 남은 대륙이라고 불리는 아프리카에는 동·서·남부를 중심으로 다른 언어, 다른 문화가 산재되어 있다. 황무지, 미개척지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탐험과 탐구를 기다리는 글로벌 인재들의 지향지다.

이처럼 중요한 로컬리티 언어들에 대한 언어 지식 함양과 인재 양성은 대학 수준 이상의 교육 단계에서 집중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제2외국어로서의 의미가 강한 이들 언어에 대한 교육과 습득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개별 지역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와 국제 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위상 강화에도 일조할 수 있다. 몇 년 전 중동지역에서 피납 된 한국인들을 석방하기 위해 노력하던 아랍어 전문가의 모습은 아직도 우리의 뇌리에 생생하다. 한국과 터키간의 원전 협상이 원점을 돌아갔다는 언론보도를 보면서 과연 그 협상 테이블에 터키어를 구사하는 글로벌 전문가가 있었는지 궁금해진다.

전 세계,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그 지역의 언어 전문가 양성은 국가적 사업이다. 따라서 로컬리티 언어에 대한 교육과 습득을 위한 국제적 경쟁도 치열하다. 일례로 세계는 다양한 글로벌 언어교육을 위한 전문기관을 앞 다투어 만들고 있다. 프랑스에는 93개의 외국어 전공을 가지고 있는 세계 최고의 프랑스 동양학대학 이날코(INALCO)가 있으며 러시아에는 53개 언어를 가르치는 국제관계대학 므기모(MGIMO)가 있다.

한국의 한국외국어대(45개 외국어교육), 중국 베이징외국어대(43개 외국어교육), 일본 동경외국어대(26개 외국어교육), 미국 국방외국어대(25개 외국어교육)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는데 다른 모든 나라들의 대학들이 국책 대학인 것에 비해 한국외국어대만 사립대학으로서 어렵게 국책기관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점이 아쉽다. 로컬리티 외국어 교육과 글로벌 인재 육성은 국가가 전략을 세워 지원해야 하는데 사립대학으로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과학 분야에서는 교육과 연구를 강조하며, 각종 국립교육기관과 연구기관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는데 반해 글로벌 외국어교육 분야에서는 아직 단 1개의 전문적인 국책 대학이나 연구기관이 없는 것이 우리나라 글로벌 외국어 교육의 현실인 것이다.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절실해 지는 대목이다.

대학에서 로컬리티 언어들에 대한 교육과 연구는 복합문화적이어야 한다. 언어만을 공부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해당 국가의 언어를 습득하고 그 위에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지식과 경험을 접목할 때 비로소 언어 지식은 그 빛을 발하게 되는 것이다. 대학 1~2학년 과정에서 해당 국가의 언어를 집중적으로 학습하고 3~4학년에는 지역학적인 교과목을 공부하여야만 완전한 지역 전문가로서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공부를 많이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현지에 직접 가보는 것이 중요하게 때문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고 해당 지역에 방문, 연수하는 것이 마지막 단계로서 반드시 필요하다.

글로벌 언어 교육 환경 조성. 해당 지역의 로컬리티 언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은 반드시 해당 국가에 가서 언어교육과 문화교육을 받아야 한다. 일부 대학에서 실시하고 있는 7+1 프로그램(대학 8학기 재학 중 7개 학기는 국내에서, 1개 학기는 해당 국가에서 보내는 교육 체계)이나 대학원 과정의 3+1 프로그램이 확대되어야 하며, 다양한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이 개발되어야 한다.

해외로 나가는 우리 학생들의 수가 늘어나는 만큼 해외에서 들어오는 학생들의 수도 늘어나야 하겠다. 같은 강의실에서 공부하는 머리색 다른, 피부 색 다른 이들의 풍경이 낯설어서는 진정한 글로벌 외국어 교육이 구현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물론 대학에서 가르치는 외국인 전임교수 수의 획기적 확대도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다.

21세기 한국의 선진화를 위한 글로벌 언어 교육에서‘글로벌리티’와 ‘로컬리티’의 조화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이들의 가치를 적절하게 승화시킨, 글로벌리티와 로컬리티가 공존하는 '글로컬리티(Glocality)'라는 가치를 중용하는 선진화된 언어 정책 추진을 제안하고 싶다. 그 정책은 글로벌 인재 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범국민적 글로벌 언어 교육 정책의 실행이 있어야 한다. 영어에 한정되었던 글로벌 언어지식을 확대하여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에 이르는 글로벌 언어지식 벨트를 형성해야겠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시작되는 조기 글로벌 언어 교육을 하루 빨리 시행해야 한다. 물론 국어 교육의 강화와 현대화된 교육 기자재의 개발과 이용은 필수 조건이다.

선진화되어 가는 대한민국호의 선진국 조기 입항을 위하여 로컬리티 언어들에 대한 교육과 연구도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세계적 추세인 로컬리티 언어 교육의 강화에 발 맞추어 국내의 언어전문 교육 기관의 국책기관화가 필요하고, 이 기관에 대한 획기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글로벌 인재들의 전 세계로의 나감(Outbound)과 들어옴(Inbound)의 작용들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7+1, 3+1, 각종 인턴십 등은 개별 교육기관에서 적극적으로 벤치마킹되어 준용되어야 한다.

전인미답의 글로벌 황무지 개척을 위한 대한민국 글로벌 인재들의 활약은 이미 진행형이다. 이제 국가가 이들을 받쳐주어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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