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청장 중 2명에 한명 꼴로 검찰 수사를 받는 선진국은 없다. 내부감찰이 작동하지 않았고, 감사원.검찰 등 사정기관의 외부감시도 ‘봐주기 관행’으로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관행적 부패’에 노예가 된 경찰조직에 대한 대대적 감시 체제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역대 청장 ‘관행적 비리 늪’ 빠져
역대 청장들이 ‘뇌물수수’ ‘수사 무마’ 등 각종 비리에 연루되거나 개입함에 따라 경찰 개혁의 주체가 아닌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렸다.
2009년 5월 이택순 전 청장은 경찰청장 재직 시절인 2007년 7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청탁과 함께 미화 2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최기문 전 청장은 퇴임 후인 2007년 한화건설 비상임고문으로 재직하면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 수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앞서 이팔호 전 청장은 2004년 최성규 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의 해외도피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참고인으로 불려가 조사를 받았고, 이무영 전 청장은 2001년 ‘수지 김 피살사건’의 경찰 내사 중단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됐다 풀려났다.
박일룡 전 청장은 안기부 1차장 재직 시절의 ‘북풍 사건’ 연루 사실이 드러나 1998년 구속됐으며 이인섭 전 청장은 1993년 김영삼 정부 출범 직후 슬로머신업자 등에게서 뇌물을 받아 구속됐다.
왜 역대 청장들은 이처럼 ‘불명예 릴레이’를 이어갔을까. 이재근 참여연대 행정감시팀장은 “경찰청장들은 ‘관행적 비리.부패’의 늪에 빠진 것”이라며 “외부에서 경찰을 감시하거나 견제해야 할 검찰, 감사원 등 사정기관도 ‘봐주기 감시’로 일관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정기관 ‘봐주기 감시’도 경찰비리 한몫
경찰총수부터 비리를 저지르면서 일선 경찰관의 비리도 같이 증가하고 있다. 경찰은 내부감찰을 고강도로 펼치며 파면이나 해임 등 중징계를 단행했다. 2006년 126명, 2007년 123명, 2008년 194명 수준이던 중징계 수가 2009년 324명으로 급증하기도 했다. 작년 8월까지도 281명이 중징계 당하는 등 그만큼 경찰 비리는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추세였다.
‘경찰관 비리를 뿌리 뽑자’던 총수부터 비리세력과 유착하고 있었기 때문에 14만 경찰관이 이런 청렴지침을 따를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일각에서는 내무부 치안본부에서 경찰청으로 독립하면서 부패나 비리가 더욱 증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이윤호 동국대 교수(경찰행정학과)는 “감찰의 내용이나 강도가 문제이지, 독립 외청이라는 구조가 비리를 증가시킨 건 아니다”며 “외부 감사관들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더욱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외부 감사의 강도도 문제다. 현행법에 따라 감사원은 내무부 치안본부 때나, 경찰청으로 독립한 현재 같은 내용의 정기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회계자료 감사 등에 머물러 토착세력과 유착한 관행적 비리를 막을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감사원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함바 비리 같은 사건은 공문서나 회계자료 등에서 나오지 않는 것”이라며 “현행 감사로는 관행적 비리를 막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