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프론티어] "해외 코스메틱 시장서 잇단 러브콜…나누는 기업문화 만들 것"

2011-01-18 14:35
  • 글자크기 설정

-채경아 닥터영 대표이사 인터뷰


(아주경제 변해정 기자) 채경아 닥터영(사진·43세) 대표는 지난해 4분의 1 이상을 해외에서 보냈다. 그가 접견하는 바이어가 세계 각지에 퍼져있다보니 출장길에 오르는 것은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채 대표는 기자와 만난 지난 11일에도 일주일 뒤로 예정된 해외 출장 일정을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채 대표는 "올해 들어서는 17일 처음으로 홍콩과 대만을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라며 "빠듯한 일정을 홀로 소화해야 해 고되지만 마케팅파워가 부족한 중소기업에게 출장가방을 싸는 일이 잦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고 말했다.

닥터영은 지난 2008년 설립된 코스메틱 수출업체다. 창업 초창기부터 주 활동무대를 해외로 삼되, 국내에서는 온라인몰 판매를 병행했다.

채 대표는 "창업 당시 국내 화장품 시장은 중저가 브랜드의 난립과 수입화장품의 대대적인 공세로 매우 치열한데다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것도 쉽지 않았다"며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시장을 피해 해외에서 먼저 승부를 보는 편이 유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자연원료로 만든 화장품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채 대표는 "전 세계 많은 여성들이 뷰티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다보니 피부 문제로 고민하는 사례도 흔해졌다"며 "해외바이어들 사이에서 피부 친화적 자연성분을 함유한 자사 제품이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닥터영은 미국과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등 5개국을 중심으로 판로 개척에 나선 결과, 아시아 최대 화장품 유통업체인 '사사(SaSa)' 114개 매장에 입점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지난해 7월에는 뉴욕 맨하튼 중심부의 '더 플라자(The Plaza)'에 당당히 입성했다. 뉴욕 메인스트리트 5번가에 판매되고 있는 국내 브랜드로는 화장품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와 닥터영이 유일하다. 오직 기술력만으로 해외시장에서 국내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셈이다.

채 대표는 "지난해 전체 매출액의 70% 가량을 해외에서 달성했다"며 "아직까지는 전체 매출액이 30~40억원 규모로 미비하지만 창업 2년여만에 거둔 결실치고는 매우 고무적인 숫자"라고 말했다.

닥터영은 2009년 7월부터 1년간 100만불 수출을 달성해 한국무역협회로부터 '백만불 수출의 탑'도 수여받았다.

◆샐러리맨에서 여성 CEO로 변신…나눔 전도사 '자청'

채 대표가 창업하게 된 사연은 이렇다. 화장품 분야 마케터 리서치로 활동하던 그는 결혼 후 직장을 관뒀다. 아이를 키운 뒤 직장을 가져야 겠다고 결심한 그에게 사회는 녹록치 않았다. 외환위기(IMF)가 닥치면서 일거리가 줄어든 데다 오랜기간 경력 공백이 생긴 주부를 받아주는 곳은 전혀 없었다. 그렇게 4년여를 백수로 지내오다 과거 다니던 회사의 동료로로부터 화장품업체를 운영해 볼 것을 권유 받았다.

예민한 피부 탓에 갖가지 트러블을 달고 살던 그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이후 피부과, 성형외과, 한의학, 약학, 재료공학 등의 분야에 정통한 석·박사를 찾아다니며 제품 개발에 나섰다. 수 년간의 공동 작업한 끝에 화장품을 출시하게 됐지만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양산을 철회해야 하는 고비도 겪었다.

채 대표는 "'카멜리아 딥 클렌징오일'의 경우 비싼 원료를 많이 써 양산을 포기해야 했지만, 품질의 우수성을 알아챈 자사 직원들의 구매 요청이 이어지면서 출시하게 된 제품"이라며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좋은 품질을 갖춘 제품은 고객이 반드시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직원 12명에 불과한 중소기업이 매주 금요일마다 자사의 온라인몰에서 얻은 수익의 20%를 사회에 환원하고 있는 것도 채 대표의 믿음에서 출발된 것이다. 그는 "기업이 성장한 뒤에 기부 하려면 오히려 쉽지 않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얻은 작은 이익을 조금씩이라도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아직까지는 매출 규모가 작아 기부 액수도 미비하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소외이웃을 위해 도울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