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 에너지가 제2의 반도체? 정부만 들떴다

2011-01-1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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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원 규모 펀드 조성에 금융권은 '시큰둥'

(아주경제 이재호, 임명찬 기자) 정부가 차세대 성장동력인 신재생에너지 사업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지만 자금지원 역할을 맡은 금융권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권은 수익성과 위험도 등에 대한 분석이 미흡한 상황에서 정부의 압박에 등 떠밀리듯 지원에 나설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이달 내로 신재생에너지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보증펀드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보증펀드는 대기업·발전사·금융권이 공동으로 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이를 토대로 최대 1조6000억원의 특별보증을 지원하는 제도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1~2월 중 보증펀드를 조성할 예정”이라며 “보증기관을 통해 보증서가 발급되는 만큼 금융회사에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재 신한은행이 참여 의사를 밝혔고 기업은행이 참여 여부를 검토 중인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은행들이 보증펀드 참여를 고려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신재생에너지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하면서 오는 2015년까지 40조원(정부 7조원, 민간 33조원)을 투자해 수출 362억 달러를 달성한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제시했다.

특히 태양광을 제2의 반도체로, 풍력을 제2의 조선산업으로 육성해 수출 40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산업 활성화를 위한 자금지원에 나서야 할 금융권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새로운 영역에 진출해 대출을 하고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법적·제도적 기준이 명확해야 하는데 아직 시행 초기로 불확실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다”며 “공익도 중요하지만 수익성이 확실치 않은 영역에 무턱대고 진입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기존에 출시됐던 신재생에너지 기업 지원상품도 신한은행의 ‘신한솔라파워론’이 2년간 2610억원의 실적으로 올려 체면치레를 하고 있을 뿐 다른 은행들은 모두 1000억원 미만의 실적을 기록 중이다.

보험업계는 관련 상품조차 전무한 실정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보험상품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연구에 착수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반면 미국 에이스(ACE), 독일의 뮌헨리(Munich Re) 등 글로벌 보험사들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업개시 지연 위험, 운용위험, 사업중단 및 제3자 배상책임 위험 등을 폭넓게 보장하는 상품을 판매하면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정부도 금융권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지식경제부 신재생에너지과 관계자는 “은행에 쌓여 있는 돈을 신재생에너지 사업 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리스크 헤지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기업 정보 제공을 확대하는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금융권도 새로운 먹거리가 절실한 상황인 만큼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하는 등 수익 창출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석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장 큰 문제는 금융권에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전문가가 없다는 것”이라며 “경험이 없고 데이터도 부족하다보니 공격적으로 진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회사들도 초기 5년 정도는 수익에 연연하지 않고 노하우를 쌓기 위해 노력한다”며 “정부가 강요할 필요도 없고 금융권도 정부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민관이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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