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포브스지가 발표한 홍콩 갑부 순위에서 총 자산 240억 달러(한화 약 27조원)로 홍콩 최고 부호에 수 년 연속 이름을 올린 리카싱(李嘉誠·리자청) 청쿵(長江)실업 회장의 부와 영향력을 묘사하는 말입니다. 리 회장은 홍콩뿐만 아니라 대중화권 경제를 주름잡는 최고의 화상(華商)으로도 잘 알려져 있지요.
오늘은 바로 ‘또 하나의 중국’이라 불리며 한 국가에 맞먹는 파워를 자랑하는 전 세계 4800만 여명의 화상에 대한 궁금증을 파헤쳐 보고자 합니다.
화상은 말 그대로 중국 출신 상인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들은 중국 대륙이나 홍콩, 대만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심지어 저 멀리 미국 땅에까지 널리 분포해 막강한 경제 파워를 행사하고 있지요.
특히 동남아 지역에서는 인도네시아의 유명 화상 기업인 싼린(三林)그룹, 말레이시아의 곽씨형제그룹 (Kuok Brother Group), 싱가포르의 윌마르(Wilmar) 그룹, 말레이시아의 IOI그룹, 태국의 화빈(華彬)그룹, 인도네시아 구당가람(Gudang Garam) 담배 회사 등이 대표적인 화상 기업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홍콩 시사주간지 야저우저우칸(亞洲周刊 아주주간)에 따르면 태국에서는 경제의 90%를 화상이 주무르고 있고, 10대 재벌중에서도 6개가 화상이라고 합니다. 화상의 거대한 경제 파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입니다.
막강한 경제력을 가진 화상들이 G2로 떠오르는 중국에‘마르지 않는 샘’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의 경우 총 900억 달러에 달하는 외국인 투자 중 절반 가량이 화상 자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과 대만 간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체결로 차이완(China+Taiwan)이라는 거대한 경제권이 형성되고, 여기에 아세안(ASEAN)과의 협력이 가속화되면서 화상들의 투자도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특히 이들 화상은 세계 어디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적응력, 실리를 중시하는 자금력, 위험도 감수하는 도전정신 등의 장점을 기반으로 세계 경제를 휩쓸고 있습니다.
여기에 혈연·지연으로 다져진 협력·지원 시스템과 단결력은 단연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지난 1991년 싱가포르에서 시작해 격년으로 열리는 세계화상대회는 화상들의 교류의 장으로 덩샤오핑(鄧小平), 주룽지(朱鎔基) 등 중국 지도자들의 전폭적 지원을 얻은 바 있습니다.
한국도 지난 2002년부터 매년 세계 한상(韓商)대회를 개최하면서 한상 네트워크 구축에 나섰습니다. 우리도 리자청 회장과 같은 세계 경제무대의 거물급 한상들이 대거 탄생하기를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