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옛길 따라 수정병풍을 만나다

2011-01-12 15:51
  • 글자크기 설정
무등산을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지만 그래도 수많은 사연과 이야기를 품고 있는 무등산 옛길을 따라 오르는 것이 제 맛이다. 무등산 정상 천왕봉 일대를 둘러선 서석대는 무등산 옛길의 하이라이트다. 서석대는 겨울이면 눈과 얼음으로 단장한 수정병풍으로 변신, 신비로운 빛을 비춘다. (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
(아주경제 윤용환 기자) 무등산은 광주사람들에게는 어머니와 같은 산이다. 무등산은 숱한 아픔의 역사를 겪은 광주를 언제나 넉넉한 품으로 안아주고 있다.

무등산의 자랑은 멀리서도 한 눈에 보이는 서석대다. 해발 1187m의 무등산 최고봉인 천왕봉 일대를 둘러선 서석대는 겨울눈과 얼음으로 수정병풍으로 변해 눈부신 빛으로 광주를 지켜보고 있다.

겨울 무등산을 오르는 길은 고즈넉한 옛길을 이용하는 것이 운치 있다.

무등산 옛길은 무등산의 균형 있는 이용을 위해 2008년부터 추진됐다. 각 구간마다 맛깔스런 스토리텔링으로 광주의 상징적인 명품길이 됐다.

1구간은 산수오거리를 시작으로 무진고성, 청풍쉼터, 충장사, 서석대 코스로 거리는 7.75km로 3시간이 걸린다.

2구간은 원효사에서 출발해 제철유원지를 거쳐 서석대에 오르는 코스다. 4.12km에 약 2시간이 소요된다. 두 구간을 다 도는 전체구간은 총 11.87km로 무등산 높이와 같다.

옛길 전 구간에는 300m마다 조그만 안내 기둥이 한 개씩 세워져 있다. 1~26번까지가 1구간이고 27~40번까지는 2구간이다.

시내에서 원효사까지 가는 시내버스 번호가 1187번인 것을 감안하면 무등산에 대한 광주사람들의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준다. 

청풍쉼터에 있는 방랑시인 김삿갓 시비.
1구간 출발지점은 산수동5거리다. 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주택가 바로 옆이다. 무등산으로 가는 좁은 골목길 앞에 ‘무등산옛길 입구’라고 적힌 커다란 플래카드를 걸어놓았다. 수지사 입구 비석도 같이 있다.

1구간 출발지점인 산수동5거리는 주택가다. 좁은 골목길 앞의 수지사 입구 비석이 무등산옛길 입구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천천히 걷다보면 ‘황소걸음 길’이란 푯말이 나온다. 출발 지점부터 제4 수원지가 있는 청암교 까지다. ‘걷기’ 자체가 명상과 사색을 동반하는 느림의 철학이다.

이 길을 통해 옛날 담양과 화순 동복 사람들이 잣 고개를 넘어 광주 양동시장과 대인시장으로 황소를 팔러 다녔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서면 무진고성(武珍古城)이다.

도로 옆 숲길을 따라 걷다보면 제4수원지를 건너는 청암교가 나온다. 다리 위 철조망에 자물쇠가 빼곡히 걸려있다. 연인들끼리 손을 맞잡고 걸으며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길이다.

청암교를 지나면 방랑시인 김삿갓의 시비와 비석이 남아있는 청풍쉼터를 만난다. 주민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소공원으로 꾸며놓았다. 발걸음을 재촉하고 나서면 김삿갓 길이다. 숲길을 따라 걷다보면 아래로 충장사가 보인다.

원효사까지는 ‘숲속의길’이다. 자연의 숲속을 걸으며 내면의 자아를 찾아 명상을 하며 걷는 길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원효사는 신라 고승 원효가 기도하던 곳으로 회암루에 서면 백설을 머리에 인 무등산을 볼 수 있다.

원효사에서 출발하는 2구간은 서석대까지 오르는 등산로다. 원효봉 너덜겅에 이를 때까지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무아지경의 길’로 통한다.

20여분을 오르면 제철유적지가 나온다. 바위에 ‘주검동(鑄劍洞)’이라는 암각 글자가 새겨져 있다. 임진왜란 때 의병장 김덕령 장군이 무기를 만들었던 장소다.

제법 무릎이 팍팍해질 정도로 경사 길을 오르면 폭이 넓은 옛길 물통거리가 나온다. 옛날 나무꾼들이 땔감이나 숯을 구워 나르던 산길이다. 산죽 길을 따라 오르면 널찍한 치마바위가 나온다. 마지막 힘을 더해 계단을 오르면 무등산과 광주일대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중봉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수천 평의 억새군락이 바람에 하늘거린다. 서석대까지 500m 남았다. 앞으로 눈으로 다져진 돌계단이 이어진다.

무등산 옛길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서석대다. 친절한 안내판에는 ‘천연기념물 제465호인 서석대는 한반도 육지에서는 보기 드문 주상절리대로 용암이 지표 부근에서 냉각되면서 물리적 풍화에 의해 형성된 중생대 백악기 화산활동의 산물’이라고 적혀 있다.

전망대에서 눈꽃터널을 지나 200m쯤 오르면 ‘무등산 옛길 종점, 옛 선조들이 올랐던 옛길 정상입니다. 11.87㎞ 전 구간 완주를 축하합니다’라고 적힌 푯말이 반긴다.

정상에서는 광주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맑은 날에는 월출산과 내장산까지 보인다.

하산 길은 굳이 옛길을 고집하지 않아도 좋다,

참고로 옛길 보호를 위해 스틱 사용은 올라갈 때만 가능하고, 내려갈 때는 사용할 수 없다.

장불재로 하산하면 기묘한 바위가 하늘 향해 치솟아 있는 입석대를 만날 수 있다. 다양한 형태의 돌기둥이 줄지어 서있는 모습이 마치 웅장한 그리스 신전을 보는 것 같다.

임도를 따라 무등산의 자태를 감상하며 하산해도 좋고 장불재를 거처 중머리재를 지나 증심사로 내려와도 괜찮다.

최근에 개통된 옛길 3구간은 충장사를 시작으로 샘바위-풍암정-도요지-김덕령장군생가-호수생태원-환벽당-가사문학관까지 5.6km코스로 2시간이 소요된다.

충효동도요지에는 백자가마터를 복원해놓았으며 분청사기, 백자, 찻잔 등 각종 도편이 전시돼 있다. 호수생태원은 광주호 주변에 조성된 자연생태공원으로 자연관찰원, 수변생태관찰로, 야생초화원 등 자연생태학습장으로 꾸며져 가족 나들이 코스로 제격이다.


(아주경제 윤용환 기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