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형랩 잔고 '5조', 과열인가 아닌가

2011-01-1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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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한 분야가 지나치게 달아오르면 과열 논란이 일어난다. 지난해부터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자문형 랩어카운트 규모가 5조원을 돌파했다.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이 잔고를 10조원까지 늘리겠다고 앞 다퉈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고위험상품에 많은 자금이 모이는 것은 과열이라고 경고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우증권이 삼성증권과 우리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현대증권 등 10여개 주요 증권사의 자문형 랩 잔고를 집계한 결과 지난해 12월 말 기준 5조670억원으로 5조원을 돌파했다.

자문형 랩의 규모는 지난해 3월 말 기준으로 5300억원에 불과했다. 지난 10개월 만에 10배 늘어난 것이다.

증권사 가운데는 삼성증권의 자문형 랩 상품에 돈이 가장 많이 몰렸다.

삼성증권의 자문형 랩 규모는 지난해 말 2조원 돌파에 이어 연초 2조4000억원까지 늘었다. 이는 전체 증권사들의 자문형 랩 잔고 절반 가까이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우리투자증권의 자문형랩 잔고는 9133억원, 한국투자증권은 7700억원, 미래에셋증권은 5091억원, 대우증권은 3800억원, 현대증권은 1620억원이다.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자문형 랩 판매 잔고를 늘리겠다고 나섰다.

삼성증권의 올해 자문형 랩 상품의 목표는 잔고 10조원 이상이다. 우리투자증권도 자문형랩 목표를 10조원으로 잡았다. 대우증권은 1분기까지 1조원 순증을 목표로 내걸었고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2조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열기는 수수료 수익 때문이다. 기존 주식형펀드의 2배나 되는 자문형 랩 상품 판매 수수료가 잔고 증가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랩어카운트의 무한 팽창이 주식시장 조정 시 대규모 투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 관리에도 미리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랩 상품 대부분은 다양한 운용방식을 구사하기보다 일부 우량 종목을 집중 매수해 수익률을 높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며 "시장 변화에 한발 앞서 움직이면 위험을 피할 수 있겠지만 다소 늦으면 손실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문형 랩 과열은 시장의 왜곡과 투자자 손실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금융당국이 좀 더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산운용회사들이 펀드상품의 성과에 따라 평가되고 있지만 자문 서비스의 경우 성과를 측정할 분명한 방법이 없다"며 "공인된 장기실적이 아직 없는 이런 사업 형태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점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펀드에 비해 규제 조항이 거의 전무하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제기했다. 펀드 관련 규제 법령은 10개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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