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의 계승·발전은 후손에 대한 우리의 의무"

2011-01-12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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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훈 국립국악원 원장 인터뷰


(아주경제 윤용환 기자)  박일훈 원장은 국립 국악원과 역사를 함께한 ‘산증인’이다.

박 원장은 1961년 현 국립국악중고등학교의 전신인 국립국악원 부설 국악사 양성소에 입학하면서 인연을 맺기 시작해 일생을 국립 국악원에서 보낸다. 특히 87년에는 건설 본부장을 맡아 지금의 국립국악원 건물을 완성한 주인공이다. 국악원 구석구석 박 원장이 손길이 안 미친 곳이 없다.
박 원장과 국악의 인연도 재미있다.

충남 당진 출신이 박 원장은 집은 가난했지만 무척 영특했다. 이를 눈여겨 본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은 모든 것이 국비 지원이라는 말로 당신의 아들과 함께 국악사 양성소에 시험을 치게 한다. 아쉽게 첫 시험에서 고배를 마신 박 원장은 대처인 서울에서 공부하고 싶은 욕심에 이듬해 기어이 국악양성소에 입학한다. 당시 공부를 시킬 형편이 못됐던 부모님이 기뻐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가야금에 심취했던 박 원장은 고2때 신인 국악 작곡상을 받았다. 그때부터 국악작곡에 빠져들었다. 서울대 음대도 국내 최초로 국악작곡 전공으로 입학했다. 수많은 상과 무대에서 박수갈채를 받은 박 원장이지만 지금도 1977년 제1회 대한민국 작곡상 수상을 최고의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다. 2년 가까이 국립 국악원을 이끌며, 한국 전통 음악의 ‘장자 노릇’을 하고 있는 박 원장을 만나봤다.

재임 2년 동안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국악은 현실적으로 타 문화 콘텐츠와 달리 장기 공연이 어렵다. 보통 3일 공연을 한다. 그래서 지난해에는 각 분야별 대표공연을 10일씩 무대에 올렸다. 힘들었지만 가능성을 발견했다. 예부터 우리 문화는 굿을 중심으로 하는 축제였다. 놀이판도 ‘굿 났다’로 말했다. 그래서 올해는 ‘굿 극’을 준비하고 있다.
장기공연을 기획해 외국관광객들도 언제든지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 아쉬운 점은 국민의 인식이다. 국악은 다른 분야에 비해 젊은 층의 환영을 받지 못하는데, 이유는 흥행이 안 되거나 작품성이 없다기보다는 취향과 시류의 변화 때문이다. 국악이란 분야가 유행가처럼 한 순간에 뜬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가가 나서서 보존해야 한다.“ 

올해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이 있다면.

“올해는 대한민국 수립 후 ‘국립국악원 60주년의 해’다. 옛 선비들의 ‘사랑방 문화’처럼 우리 전통의 멋과 문화 품격을 느낄 수 있도록 ‘풍류 사랑방’을 운영해 볼 생각이다. 조선시대 회례연을 재현할 계획이다. 회례연은 매년 정초나 동지에 임금이 군신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열리는 연회로 왕세자와 문무백관이 모두 참석한다. 무용과 노래, 연주 등 500여명이 동원되는 대규모 행사다. 오는 4월8일 예정이다. 기대해 봐도 좋을 것이다. 농악 탈춤 등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연희패 놀이마당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중국과 일본 문화와 비교해 한국 전통국악의 장점은.

“중국문화는 예부터 유럽이나 중앙아시아, 인도 등을 통하는 시장 역할을 맡아왔다. 다민족 국가라 한마디로 말하기 어렵지만 다양성의 문화로 불 수 있다.
일본 문화는 모방의 문화다. 고대형태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가부키나 사미센 등 우리의 삼국시대와 중국의 수·당 시대의 음악만 지금도 전통음악으로 보존하고 있다.
그에 반해 한국은 '토착화'의 문화다. 많은 문화를 받아들여 그 토대위에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냈다. 남아있는 탈춤도 그렇고 젊은이들이 많이 시도하는 퓨전음악도 좋은 예이다. 

국악 발전을 위한 선결조건은.

“국악은 단순히 듣고 즐기는 음악이 아니라 국가와 민족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정신적 구심점이다. 우리의 정신적 기반인 국악을 초중고에서 가르쳐야 한다. 지금은 공통의 놀이문화가 TV로 대체됐다. 그러나 TV서도 외면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시청률이나 인기보다 정책적인 필요성을 느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

젊은 층에서 퓨전 국악 시도가 두드러지는데.

“전통국악은 누가 앞장서서 방향을 잡아갈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인도는 서양악기로 그들의 전통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힘든 상황이다. 기법 연구나 연주 시도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퓨전음악은 자기가 하고 싶은 연주나 기법을 풀어서 하는 음악이다. 이러한 풀어헤침이 언제가지 갈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결실을 맺는 날이 올 것이다. 그것이 전통음악의 결합점이 될 것이다. 젊은이들이 이성과 철학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향점으로 향해 뭉쳐질 때, 한국의 새로운 전통문화가 탄생할 것이다. 아무것도 안하고 주저앉아 있는 것보다는 젊은이들의 몸부림에 희망이 보인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국악은 건국이후 30년은 먹고 살기 바빠서 내팽개쳤고, 그 후 30년은 경제발전에 주력하느라 방치했다. 앞으로 30년은 우리들의 정신문화로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 이것은 후손들에 대한 우리의 의무이다. 내가 몰랐던 우리 문화에 어떤 것이 있는지, 어떤 문화를 좋아하는지 뒤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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