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경제 오민나 기자) 신문이든 텔레비전이든 고령화시대에 관한 이야기가 유난히 더 자주 들리는 요즘이다.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시대는 이제 곧 현실이 됐다. 각국은 사회적으로 고령화시대가 재앙이 될지, 축복이 될지 예측하느라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에 이미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앞으로 약 7년 후면 고령 사회로 접어들 전망이다. 통상적으로 총인구 중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Aging Society), 14% 이상일 경우 고령사회(Aged Society)라고 부른다.
저자의 이러한 ‘스펙’은 이 책의 내용을 더 풍부하게 만들었다. 고령화를 다룬 기존의 책들이 개인의 노후 자금 마련을 위한 재테크 요령을 소개하는데 그친 반면, 이 책은 거시경제 관점을 다뤄 더 심도있는 고령화 탐구를 이끌어냈다.
저자는 고령화시대가 ‘경제문제’와 직결돼 있음을 알리고, 고령화문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저출산 문제를 언급한다. 저자는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율이 높으면 출산율이 낮다’는 통념을 조목조목 반박한다. “일본ㆍ러시아ㆍ이탈리아ㆍ독일은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율이 세계에서 낮은 편이지만 출산율도 낮고, 스웨덴ㆍ 아이슬란드ㆍ 노르웨이ㆍ 덴마크ㆍ 미국 ㆍ아일랜드는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율과 출산율 모두 높다”고 지적한다. 매그너스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육아 시설이 열악하거나 이용료가 비싸고, 세금 구조가 직장 여성들에게 불리한 점을 꼽았다. 이런 경우 여성의 상당수가 육아와 직장 가운데 하나를 택하도록 은연중에 강요받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정부나 기업이 육아 시설을 제공하고 더 가족 친화적이고 융통성있는 근무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질 좋은 육아 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남성과 동일한 세제를 적용하거나 여성을 우대하면 직장과 가정 중에 하나를 선택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위에 언급된 국가 중 한국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지만, 그간 우리나라에서 꾸준히 논의돼왔던 것들과 궤를 같이 한다.
또 '고령화가 부(富)를 잠식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저자의 대답은 안타깝게도 "Yes"다. 저자는 “인구 고령화로 자산 가치가 완전히 붕괴된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면서도 “고령화로 정치ㆍ경제적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자산에 대한 장기수익률은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노동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져 급여와 임금이 높아지는 탓에 노동 수익률이 자본 수익률 보다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자산 가격 상승률과 기업의 배당금 성장도 둔화돼 전체적인 수익률은 낮아지게 된다는 이론이다. 이런 경우 자산의 실질 가치는 정체되거나 하락한다.
저자는 국가 연금이나 공공 자금으로 운영되는 의료보험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고소득층은 이에 대비할 능력이 충분하지만 대부분의 가구, 특히 저소득층이나 중산층에게는 저축과 연금이 부족하면 심각한 문제가 된다고 지적한다.
인간의 기대 수명은 전례 없이 길어지고 출산율은 낮아지고 있다. 고령 인구 비율은 점점 느는데 이들을 경제적으로 뒷받침할 15세에서 64세의 생산 가능 인구는 줄고 있다. 이러한 고령화 시대에 늙어가는 세계의 거시 경제를 분석하는 이 책은 미래를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우리에게 강력한 화두를 던져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