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랍 30일 서대문역 인근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아주경제 기자에게 말끔한 옷차림을 한 30대 초반 남자가 다가와 "00병원 청원경찰 면접을 보고, 그만 지갑을 잃어버렸다, 집이 인천인데 1500원만 빌려줄 수 있냐"며 안타까운 시선을 건넸다.
이어 남자는 "정말이다, 1400번 삼화고속이다"며 서울과 인천을 오가는 교통편도 상세히 알고 있었다. 더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이 미안할 것 같아 아주경제 기자는 그 남자에게 지갑에서 2000원을 꺼내 선뜻 건넸다.
그러자, 남자는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홀연히 자리를 떠났다.
이후 그 남자를 다시 만난 건 지난 5일 오후 6시경 종각역 인근에서였다. 당시 남자는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에게 똑같은 말(면접 및 지갑분실 관련)을 건네며, 동정심을 유발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남자 곁을 무심코 지나치고 있었지만, 열에 한 두 사람은 지갑에서 1~2000원을 꺼내 전해주는 것을 적잖게 볼 수 있었다. 앵벌이인데도 불구하고, 말끔한 옷차림과 선량한 말투에 속수무책 당하는 시민이 부지기수에 달했다.
이 같은 행태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차비를 명목으로 시민들의 동정심을 유발하면서 푼돈을 요구하는 것은 양심의 문제"이며 "시민 개개인이 조심하는 것 이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