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은정.윤희은 기자) 국내 대형 면세점의 토종기업 '홀대'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영세 토종기업일수록 이같은 경향은 더욱 두드러져 이들의 불만은 이만저만 아니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라면세점, 롯데면세점 등 국내 면세점들은 국내 중소 토산품 매장에 대해 40~55%의 마진률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 명품브랜드에 10~20% 수준의 마진율을 취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마진율이다.
국내 대형 면세점에 입점했다가 얼마전 퇴점한 A씨는 “외국 명품 브랜드는 모시기 급급하면서 국내 영세 토산품 업체에는 최대 55%까지 되는 마진율을 부과하는 것이 업계 관행”이라며 “외국인 관광객을 주요대상으로 한류콘텐츠나 고유 토산물을 판매하는 영세 토산품 업체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면세점에 입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토산품 업체가 감당해야 할 피해는 이 뿐만이 아니다. 명품브랜드에 비해 지리적으로 불리한 위치의 매장에 입점하는 것은 ‘기본’이고 납품형식으로 이루어지는 면세점 입점 특성상 계약기간 뒤 재고가 생기게 되면 이에 대한 반품도 받아야 한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마진율이 외국 유명 브랜드에 비해 마진율이 턱없이 높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입점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B씨는 “회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토산품이 외국인들에게 경쟁력이 있을 것 같아 면세점에 입점을 시도했더니 40%라는 마진율을 불렀다”며 “브랜드 네이밍이 없는 국내 업체들에게는 이 정도 마진율을 부과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높은 마진율 적용은 신라면세점과 롯데면세점에서 더욱 두드러진 편이다. 한 중형 면세점 관계자는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다른 면세점들에 비해 더 높은 마진율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며 “규모가 크다보니 입점업체를 ‘부리는 입장’이라 그렇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브랜드 및 제품에 대해 분류나 기준을 적용한 뒤 마진율을 차등적으로 책정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면세점업계 전반적으로 이러한 룰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그것에 따라가려고 하는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호텔신라 면세점 관계자 역시 “파워브랜드일수록 낮은 마진율을 적용하고 있다”며 “이런 차별은 자유경쟁시장에선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면세점 내 영세 토산품 판매업체들은 이 같은 면세점 정책이 불합리하지 않느냐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업계 종사자는 “올 한해만 880만 명의 외국인이 방한하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면세점들이 국내 토산품을 장려하지 않는 것은 모순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면세점과 비슷한 방식으로 매장수수료 차등방식을 적용하고 있는 백화점과 TV홈쇼핑 업체에 대해서는 이미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지난해와 올해 초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그러나 면세점에 대해서는 한 번도 조사를 실시한 적이 없다.
지난해 국내 백화점 내 매장수수료를 조사한 바 있는 중소기업중앙회 측은 “유통업계가 취하는 과다 수수료를 조사하고 공론화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며 “그동안 백화점이나 TV홈쇼핑 등에 국한되었던 조사를 면세점과 같은 폐쇄된 환경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백화점 수수료 인하 운동 공동대책위원회’의 이해삼 위원장도 “현재 유통업계는 부동산 임대업을 하듯이 영업을 하면서 국내 브랜드를 차별하고 있다”며 “정부는 말로만 상생을 말할 것이 아니라 보다 획기적이고 실질적인 개선을 함으로써 중소업체를 살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