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장재근 "혹독한 훈련만이 살 길"

2010-11-26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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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인터넷뉴스팀 기자)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정말 독하게 훈련을 하든가 아니면 깨끗이 접고 선수를 다 풀어주든가 둘중 하나 밖에 없습니다."
   
아시아 최고 스프린터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장재근 대한육상경기연맹 트랙 기술위원장의 표정에는 비장함이 묻어났다.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관전하고 선수들을 격려한 장 위원장은 26일 중국 광저우 아오티 주경기장에서 한국 취재진을 만나 대회를 결산하는 자리를 가졌다.

기대를 걸었던 남자 100m와 200m, 400m 계주에서 결과가 좋지 않았던 탓에 먼저 "책임자로서 송구스럽다"면서 말을 이어갔다.

"전체적으로 한국 선수단 분위기는 좋지 않았지만 허들, 멀리뛰기 등 기술종목에서 우리 선수들이 잘해줬다. 특히 남자 110m 허들에서 13초48로 한국신기록을 세우고 동메달을 딴 박태경(30.광주광역시청)을 칭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이연경(29.안양시청)이 여자 100m 허들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허들에서 선전한 것을 두고 장 위원장은 "선수들이 성실하게 훈련했고 목표도 강렬했다"면서도 "태경이는 키가 작아 허들을 넘을 때 체공시간이 길다는 것이, 연경이는 기록이 최고기록에 못미쳤다는 게 아쉽다"고 평가했다.

장 위원장은 트랙에서 뛰는 모든 종목을 담당하는 연맹의 대표적인 전문 육상인이다.

특히 100m와 200m에서 아시아를 휘저었던 이력을 살려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태릉에서 단거리 선수들의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훈련을 이끌었고 6월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김국영(19.안양시청)이 31년 만에 100m 한국기록을 갈아치우면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연맹 최고 실무자와 갈등 속에 7월 전지훈련부터 실권을 뺏겼고 이번 아시안게임도 후배들에게 지도를 맡긴 채 장외에서 '구경'했다.

장 위원장은 이번 대회에서 단거리가 참패를 겪은 것에 대해 "결국은 선수들의 정신력에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한번 분위기가 무너지면 이를 복원하는데 두 배 이상 시간이 걸린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단거리 선수들이 태릉선수촌에서 혹한기에 운동장을 10바퀴씩 도는 게 과학적으로는 큰 도움을 못 받는다. 대신 어떤 훈련도 이겨낼 수 있다는 정신력은 고양된다. 그런 훈련을 이겨내지 못하면 아무 것도 이뤄낼 수 없다"며 정신이 강하면 기술을 자연적으로 따라온다고 강조했다.

장 위원장은 또 "이번 대회 단거리에서 죽을 쑨 일본 대표팀 관계자에게서 '전면적으로 뜯어고치겠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우리도 내년 세계대회에서 망신 안 당하려면 동계훈련부터 혹독하게 치러야 한다. 그럴 생각이 없으면 선수를 자유롭게 풀어주고 포기하면 된다"며 벼랑 끝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결국 대구 세계육상대회까지 9개월밖에 남지 않은 이상 기록 향상의 요람인 태릉선수촌에서 다 같이 굵은 땀방울을 흘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유망주를 묶어 해외로 훈련을 보내려는 연맹의 계획에 대해 장 위원장은 "개인 차이가 있겠지만 한국에서 훈련하는 게 낫다고 본다. 지난 7월 김국영과 박봉고(19.구미시청)를 미국에 보내 배우게 했는데 취지는 훌륭했지만 투자액보다 소득은 적었다고 생각한다"며 부정적인 뜻을 나타냈다.

장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고된 훈련을 이겨내는 선수만이 한국 육상을 이끌 수 있다. 이름에 얽매이지 말고 정신이 강한 젊은 선수들이 나와야 육상에도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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