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인터넷뉴스팀 기자) 아시안게임 사상 처음으로 바둑 경기가 열린 광저우 기원에서는 대회 기간 애국가가 세번씩이나 울려퍼졌다.
한국 바둑대표팀은 지난 22일 혼성복식에서 박정환(17)-이슬아(19)가 우승한 데 이어 26일 열린 남녀 단체전 결승에서도 시상대 맨꼭대기에 올라 이번 대회에 걸린 금메달 3개를 싹쓸이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양재호 바둑대표팀 감독은 "금메달 2개를 따 종합 우승하겠다"고 목표를 밝혔으나 이날 결승전이 끝난 뒤 "솔직히 금메달 1개만이라도 땄으면 하는 게 간절한 바람이었다"고 털어놓았다.
한국 바둑은 최근 각종 국제대회에서 중국에 밀리는 추세인데다 주최국의 홈 텃세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됐기 때문이다.
사실 국가대표로 선발된 선수들이 얼마나 열심히 할 지도 다소 의문이었다.
바둑 기사들은 말 그대로 `프로' 선수들이다.
이창호 9단이나 이세돌 9단 같은 일류 기사들은 결승 대국 한 판에 걸린 상금이 적게는 몇 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에 이르기도 한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은 상금은 커녕 기본 대국료조차 한푼 없는 경기다.
국가대표로 선발된 기사들은 지난 4개월간 피곤을 무릅쓰고도 틈틈이 단체 훈련을 해야 했고 아시안게임 기간에는 대국마저 중단돼 금전적인 손해도 적지않다.
하지만 최철한 9단은 "태극마크를 단 자체가 뿌듯하다"고 말했다.
바둑계에서도 각종 국제대회나 국가대항전이 많이 있지만 프로기사들이 한국선수단 일원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한국기원에서는 바둑 대표선수들이 선수촌 생활을 불편해 할 것을 우려해 광저우기원 인근 호텔로 숙소를 옮기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선수 대부분이 그냥 선수촌에 남겠다고 했다.
최철한은 "다른 종목 선수들과 함께 선수촌에서 생활하는 것이 재미있다. 국가대표 생활을 좀 더 즐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대표팀 총감독을 맡은 양재호 9단 역시 현역 프로기사다.
그는 인기 높은 방송 해설가이자 바둑교실까지 운영하고 있지만 7개월 가량 대표팀을 꾸리느라 개인적인 활동을 모두 접어야 했다.
"프로기사로서 여기에 오기까지는 많은 것을 잃었다"고 밝힌 양재호 감독은 "하지만 많을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각오를 했기 때문에 큰 불만은 없었다. 다만 금메달을 반드시 따야 한다는 큰 부담감만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한국 바둑이 다소 침체기였는데 이번 대회에서 이슬아 선수가 화제가 되면서 관심을 모았다. 그리고 목표를 넘어 금메달 3개를 다 땄으니 이번 아시안게임이 한국바둑이 재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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