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강용석 '성희롱' 발언 진실공방

"일부 학생은 문제의 '아나운서' 발언을 들었다고 하고 다른 학생들은 아니라고 하는데, 그런 말이 실제 있었다고 확신할 수 있나요?"(강용석 의원 변호인)
 "친구들이 발언을 분명히 들었다고 기억했고, 없던 말을 지어낸다고 저희가 이득을 보는 것이 전혀 아닌 만큼 사실 확인에 무리가 없다고 봤습니다"(연세대 토론동아리 학생)
 
성희롱 발언을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강용석 의원(무소속)의 공판이 열린 26일 법정에서는 증인으로 소환된 연세대 학생들이 강 의원의 변호인과 해당 발언의 진위를 두고 팽팽한 공방을 벌였다.

서울서부지법 형사3단독 허명산 판사의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연세대 토론 동아리 'YDT'의 한 남자 회원은 "지난 7월16일 회식 때 강 의원이 아나운서는 모든 것을 다 줘야 한다고 했고 (개인적으로) 이 발언을 성(性)적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강 의원이 당시 한 여학생에게 '사모님(영부인)이 없었으면 (대통령이) 너 휴대전화 번호를 따갔을 것'이라고 한 것을 들었다"고 했다.

이에 맞서 강 의원의 변호인은 "회식에 있던 다른 학생 3명은 '아나운서는 시키는데로 해야 한다'는 말만 들었다고 말해 진술이 엇갈린다"고 지적했다.

휴대전화 번호 발언에 대해서는 "한 학생이 여학생에게 '대통령이 전화번호를 따려고 했을 것'이라고 말하자 강 의원이 맞장구치면서 해당 발언을 했다는 진술도 있는데, 중앙일보 기사가 전후 맥락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21일 YDT 학생들이 강 의원의 성희롱 발언이 있었다는 이메일을 언론에 배포한 것을 두고도 논쟁이 벌어졌다.

변호인은 "YDT 측이 회식에 참석한 학생들에게 자세히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부정확한 주장을 토대로 발언이 정말 있었던 것처럼 써 피고인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YDT의 한 남자회원은 "정확한 단어는 다를 수 있어도 회원들이 비슷한 맥락으로 발언을 기억했다. 학생들에게 이메일을 돌려 배포 여부에 대해서도 동의를 받았다"고 반박했다.

강 의원 측 변호인은 성희롱 발언을 증언한 학생에게 "미니홈피를 검색해 글을 봤다. 현 정부의 국정 운영에 동조하는 성향이 아니지 않느냐"며 개인의 정치적 견해를 문제 삼는 듯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에 학생은 "미니홈피의 글이 비공개이고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반발했고 재판부는 해당 신문을 제지했다.

한나라당 출신인 강 의원은 YDT 회원들과 저녁을 먹다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내용이 올해 7월20일자 중앙일보에 보도됐고, 이후 당에서 비윤리적 행동을 이유로 제명출당 조처를 당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