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정부는 지난 3월부터 탈레반 고위 관리 아크타르 무하마드 만수르와 접촉하며 평화협상을 진행해왔다.
영국 해외정보국(MI6) 요원들은 자신들이 만수르와 접촉하는데 성공했다고 믿었고 그에게 수십만 달러를 주고 탈레반 반군을 대표해 미국 및 아프간 고위 관계자들과 협상을 진행하도록 설득했다.
또 만수르를 사칭한 이 남성을 영국 정보기관 수송기에 태워 수차례 카불로 데려가기도 했으며 가짜 만수르는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과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카르자이는 그러한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수년 전 진짜 만수르를 만난 적이 있는 한 아프간 정부 관계자가 지난 달 문제의 남성이 만수르가 아니라고 지적하고 나섰고 그 남성은 돌연 자취를 감춰버렸다.
현재 파키스탄 정부는 이 남성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수르를 사칭한 이 남성은 영향력이 없는 탈레반 하급 관계자였거나 작은 상점을 운영하는 사람, 또는 탈레반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사기꾼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아프간 정부 고위 관계자는 "영국 정보기관이 순진했고 우리도 희망을 품고 있었다"고 말했다.
아프간 칸다하르주(州)의 전 미국 특사였던 빌 해리스는 "이처럼 어리석은 일은 대부분 합작품이다"라며 이번 사태가 영국 정보기관만의 책임이 아니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첨단 장비를 동원한 정보수집을 통해 가짜 만수르의 신원을 확인하는 작업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CIA도 처음에는 MI6가 만수르와의 접촉에 성공했다는 사실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었으며 리언 파네타 CIA 국장은 지난 6월에도 탈레반과의 협상과 관련해 의미있는 접근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익명의 소식통은 "아프간 당국이 중대한 실수를 지적했어야 했다. 나토는 수염을 기르고 터번을 뒤집어 쓴 탈레반 지도자와 다른 사람들을 구분하지 못할 때가 있다"며 "탈레반 핵심 관계자들을 모두 아는 아프간 당국이 만수르가 아니었음을 알아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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