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한 세상 위로가 필요한 소년에게... 은희경 새 장편소설 ‘소년을 위로해줘’

2010-11-2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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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소년을 위로해줘'를 발간한 소설가 은희경이 2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주경제 오민나 기자) 

“오랜만에 내는 책이라 감회도 새롭고 이런 자리가 참 어색하다. 마치 그동안 살아온 빚을 갚는 기분으로 이 소설을 썼다. 이번 소설에서 다른 시도를 해 봤다.”

진한 단풍나무색 스웨터를 입고 나타난 소설가 은희경은 오랜만에 나온 간담회 자리가 쑥스러운 듯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은희경은 24일 홍익대학교 근처의 한 레스토랑에서 열린 ‘소년을 위로해줘’ 출판간담회에서 살아온 빚을 갚는 기분으로 글을 썼다고 운을 떼면서 “지금까지는 ‘이런 점을 한번 이야기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글을 썼다면 이번에는 내가 그동안 잘못 생각한 것은 없는지 반성하며 글을 썼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소설은 ‘새의 선물(1996)’과 대칭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새의 선물이 세상을 향해 드리워진 커튼을 걷어내 현실을 직시하고 강하게 클 수 있는 ‘독’을 줬다면 이번 작품은 그동안 경직돼있는 가치와 상투성에서 벗어나 자신이 얼마만큼 유연해질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근육 이완제’ 와 같다는 것이다.

특히 이 작품은 소위 메이저 작가라고 불리는 기득권층에서 상당히 경직된 사고로 살아왔음을 깨닫고 미국으로 떠난 작가가 2년 간 ‘아웃사이더’의 삶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작품은 열일곱 남자 주인공 연우가 우연히 친구의 헤드폰에서 흘러나오는 힙합 음악을 듣고, 이를 매개로 소년이 겪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이다. 소년의 독백이 소설을 이끈다.

사회를 향한 불만을 기저에 둔 힙합을 소설 안에 끌어오는 것을 주변에서 모험이라고 걱정했다. 하지만 작가는 다른 때보다도 더 즐겁게 작업했다고 밝혔다.

“기승전결을 맞춰야 한다는 강박보다, 반드시 정언(正言)이어야 한다는 생각보다 자유롭게 쓰고 싶었어요. 어법도 비틀고, 문장도 중간에 끊어가면서. 17세 아이의 눈으로 세계를 바라본 만큼 가급적 쉽게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은희경은 이번 작품의 캐릭터를 그려내는데 아들과 딸이 많은 도움이 줬다고 덧붙였다. 주인공의 옷 입는 방법, 말투 등을 설정하는데 두 자녀가 큰 힘이 돼 줬다. 이 책의 출판한 문학동네 강병선 대표이사는 “보통의 성장소설이 주인공의 나이만 어릴 뿐 작가 자신의 나이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한계가 있는 데에 비해 이번 소설은 17세 아이의 눈으로 완벽히 세상을 그려냈다”고 밝혔다.

우리 안에 누구나 내재돼있는 소년성을 구현하고 싶었다는 은희경은 갓 쉰을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문학소녀같은 모습이었다. 말 한마디마다 소설가의 철학과 소신을 담아 진지한 모습으로 작품을 설명한 작가는 다음 작품에서 ‘지독한 연애소설’을 선보일 예정이다. 은희경은 26일 오전, 과달라하라 도서전에 참석하기 위해 멕시코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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