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 고손자 블라디미르 "톨스토이의 문학과 사상은 여전히 유효'

2010-11-22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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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대문호이자 사상가인 레프 톨스토이(1828-1910)의 고손자로 톨스토이가 평생을 살고 작품 활동을 했던 '야스나야 폴랴나' 영지 박물관의 관장을 맡고 있는 블라디미르 톨스토이(48)가 21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톨스토이의 문학과 사상은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톨스토이가 서거한 지 10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가 문학 작품을 통해 제기했던 문제의식과 사상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의미를 잃지 않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관장은 야스나야 폴랴나 박물관 관장실에서 "톨스토이는 자신의 작품에서 연령대와 문화에 관계없이 인간이 보편적으로 부닥치게 되는 문제들을 깊이있게 파헤쳤다"며 "이것이 그의 작품이 시대를 넘어 모두에게 사랑받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야스나야 폴랴나 박물관을 찾는 방문객 수가 90년대 초반과 비교해 거의 10배나 늘었다"며 "한국 기업 삼성과 주러 한국 대사관 등과의 관계가 긴밀해지면서 한국 방문객 수도 크게 늘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다음은 블라디미르 관장과의 일문일답.

-100년 전과 지금은 시대가 많이 변했다. 톨스토이가 주창했던 '무저항 ·무소유'의 철학이 이 시대에도 유효하다고 보는가
▲톨스토이의 철학은 절대 늙지 않는다. 그가 살았을 때보다 오히려 절박성이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고급빌라나 호화 요트, 개인 전용기 등을 갖는 것이 인생의 행복일지 모른다. 하지만 톨스토이는 인간의 내적 완성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가르쳤다.
톨스토이의 사상은 인본주의와 양심에 기초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인의 생활은 경쟁이 양심에 우선하고 있다. 목적 성취를 위해 남들에 앞서려고 애쓰면서 양심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을 않는다. 톨스토이는 여기서 사람들을 벼랑 끝으로 모는 위험성을 봤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인류는 지금 이 길을 걷고 있다. 언젠가는 인류가 톨스토이가 주창하고 실천하려 했던 '무저항과 무소유'의 철학으로 돌아올 수도 있을 것이다.

-톨스토이 사상이 사회주의 혁명가들의 이론적 바탕이 됐다는 주장이 있다.
▲톨스토이는 어떤 권력과도 화합하지 못했다. 제정 러시아 권력은 물론 볼셰비키 정권과도 마찬가지였다.
볼셰비키주의자들은 톨스토이 사상의 일부를 자기들 필요에 따라 이용했고 필요 없는 부분은 버렸다. 그들은 물질적 부와 러시아 정교회를 부인한 톨스토이의 철학만을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이용했다.
하지만 톨스토이는 어떤 형태의 혁명적 분위기와 무력에도 반대했다. 볼셰비키 권력은 무력에 근거한 것으로 톨스토이의 견해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제정 러시아 정부도 볼셰비키 혁명 정부도 톨스토이의 사상을 전적으로 받아들이지는 못했다.

-톨스토이 고손자로서 가지는 작가에 대한 느낌과 톨스토이의 유산을 관리하는 박물관장으로서의 느낌은 어떻게 다른가.
▲우리 가족들은 톨스토이를 우상화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톨스토이의 후손이라는 점을 잊을 수는 없었다. 항상 자부심을 갖고 우리 가계의 최고봉인 고조부를 대했다. 어릴 때 학교에서 톨스토이 수업을 하면서 선생님이나 친구들이 후손인 내게 관심을 보일 때는 부담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톨스토이의 후손으로서 부끄럽지 않으려고 그의 작품을 다른 학생들보다 더 빨리 읽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작품들을 좋아하게 됐다.

-톨스토이 작품 중 제일 좋아하는 것은.
▲남녀간의 사랑뿐 아니라 자연과 주변 모든 것에 대한 사랑을 묘사하는 초기 소설 '카자크인'을 좋아한다. 1890년대 작품인 불평등한 인간관계에서의 희생을 그린 '일꾼과 주인'도 좋아한다. '안나 카레니나', '전쟁과 평화' 등의 걸작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안나 카레니나는 10번 이상 읽었지만 읽을 때마다 새로운 기쁨을 느낀다. 세계 문학의 걸작이라고 부르지 않을 수 없다. 이밖에 작가의 초년 시절 일기와 말년의 교훈서 등도 즐겨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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