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허경 기술표준원 원장 "한국표준이 곧 세계표준될 것"

2011-01-2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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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이른바 '코리아 이니셔티브'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12일 막을 내린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차치하더라도 한국은 이미 녹색성장·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기술 표준화 분야에서도 '코리아 이니셔티브'는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그 정점에는 바로 기술표준원(이하 기표원)이 있다. 휴대폰과 TV, 자동차가 한국을 대표하는 공산품이라면 기표원은 제조 노하우를 표준규격으로 수호하는 조용한 '파수꾼'이다. 최근 이슈가 된 전국 교통카드 일원화, 고추장 매운 맛 등급 5단계 표준화도 모두 기표원이 이뤄낸 업적이다. 허경 기표원장은 "이제는 공급자 입장이 아닌 소비자 관점에서 표준화를 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아주경제가 창간 3주년을 맞아 17일 허경 기표원 원장을 과천 청사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소비자 관점에서 표준화를 하겠다고 하셨는데.
-그간 국가 산업발전이라는 목표 아래 기표원은 주로 정부와 기업 등 공급자 입장에서 표준화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소비자 관점에서 표준화 업무를 해야한다. 실제로 지난해 전 국민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50대 생활표준화 과제를 발굴했다. 일상생활 속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과제를 선정, 2012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있는지요.
-올해 4월부터 소비자단체와 학계, 전문기관 대표 20명이 모여서 생활표준화추진협의회(위원장 송보경 한국시민사회단체협의회 공동대표)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전국호환교통카드'등 8개 과제를 완료했고 올해는 휴대폰·개인휴대단말기(PMP) 등 모바일 정보기기 문자입력 방식 등 17개 과제를 표준화할 계획이다. 실제로 교통카드는 2013년에 전국 모든 교통수단에서 사용할 수 있고 고추장 매운 맛 등급도 내년 1월 1일부터 소비자가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구직자들을 위한 이력서도 표준화했다.

△신기술에 대한 표준화 시점이 중요할 것 같은데.
-좋은 지적이다. 만약 신기술 제품이 출시되자마자 표준화를 하면 오히려 보다 나은 새 기술들이 사장될 우려가 있다. 표준화가 오히려 시장 발전을 저해하게 되는거다. 반대로 표준화를 너무 늦게 하면 이미 시장에서 안착된 규격이 있기 때문에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표준화만 너무 강조해도 문제가 되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획일적인 상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입 시기와 제품 다양성 등을 충분히 고려해 표준을 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 신제품을 개발한 기업의 창의성과 보편성, 편의성 등을 함께 고려해 표준화를 해야 한다.

△국제표준시장에서 기표원의 위상은 어느 정도인지.
-정보기술(IT) 분야에서 기표원의 위상은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일례로 지난달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전체총회에서 IT산업 분야 표준제안 '세계 1위'를 달성했다. 한국이 중국·미국·일본·독일 등 선진국이 주도하던 국제표준의 역학구조를 깨버린 것이다. 1999년 국제표준화 무대에 처음 뛰어든 이후에 10년도 안된 시점에 정상에 올랐다는 것은 참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정부와 학계, 연구소, 기업, 민간 등이 공동으로 협력한 결과라고 자부한다.

△국제표준시장을 주도할 '코리아 이니셔티브'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한국은 기술표준 분야에서 정상을 달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개도국 간 기술격차는 점점 줄어들면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할 때가 왔다. 이제는 새로운 기술개발과 산업 융ㆍ복합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표원은 신기술 조기 산업화와 세계시장 선점을 위해 '국책과제 표준 코디네이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그리드·전기자동차·원전·발광다이오드(LED)·3차원(3D)-TV 등 표준화가 시급한 5개 분야를 지정하고 이를 인증과 신속히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표준사업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 같은데.
-국가간 기술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국제표준시장 선점은 매우 중요하다. 국제표준은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국가간 협정에서 우선 적용된다. 또 각국의 기술규제 등 무역 장벽을 제거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최신 기술을 바탕으로 표준을 개발한다면 기업의 경쟁력 향상은 물론 세계시장도 선도할 수 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각국이 자국 기술을 국제표준에 반영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국제표준을 정할 때 회원국별로 투표를 하는데 개도국도 1표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 바로 '표준외교'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표준외교'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시죠.
-기표원은 주요 국가들과 표준 외교관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왔다. 현재 국제표준화기구 임원수가 96명으로 늘어났고 31개국 41개 국가표준화기관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개도국 지원에도 앞장서고 있어 우리가 국제표준을 선점할 수 있는 기반은 어느 정도 확보했다고 말할 수 있다. 국제표준화기구(ISO)·IEC 정책위원회 활동을 강화하고 의장·간사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또 기술이 점점 전문화·세분화하면서 정부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생기기도 한다. 따라서 표준개발협력기구(COSD)등 민간참여 메카니즘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기표원은 개도국뿐만 아니라 대륙별로 거점국가나 자원부국과 글로벌 표준협력 네트워크도 구축해 가고 있다. 우리에게 유리한 국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접근할 계획이다.

△최근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먼저 융복합화에 주력하기 위해 2국 10과이던 기존 표준담당업무를 1국 6과 전담조직으로 정비·개편했다. 과 명칭도 바꿨다. 기계·전기·화학 등 업종 중심에서 신산업·주력산업·에너지 환경 등 산업중심조직으로 조정했다. 소비자 보호와 안전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제품안전조사과'를 신설하고 안전관리 인력도 보강했다. 내년 2월부터 시행하는 제품안전기본법에 따라 제품안전과 사고조사·품질관리 수요 확대에 부응하기 위한 조치이다. 앞으로 기표원은 관련 연구기관, 컨설팅회사, 민간학술단체 등과 협력기반을 넓혀 운영기관이라는 정체성을 보다 강화할 것이다. 물론 연관기관들이 실무업무를 담당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소비자 보호와 안전을 바탕으로 효율성 높은 표준화를 이룬다면 이는 곧 한국표준, 더 나아가 세계 표준이 될 것이다.

mihole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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