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정상회동 성사… 갈등 해소되나

2010-11-1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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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해빙기 접어들었다 관측 우세

중국과 일본 정상이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尖閣>열도) 갈등 이후 첫 회담을 열어 향후 양국관계의 행로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여러가지 관측이 많지만 이 가운데 수개월째 결빙된 양국관계가 이제는 해빙기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서울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에 이어 일본 요코하마(橫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도 중일 정상의 회담이 불발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의 요청을 수락해 회담에 응한 것은 일단 긍정적인 신호라는 분석이다.


이번 회담이 APEC 정상회의 중에 의제 준비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22분간의 짧은 만남으로 끝났지만 두 정상이 댜오위다오 갈등으로 꽁꽁 얼어붙은 양국 관계를 보듬고 나서는 제스처를 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9월초 댜오위다오 부근에서 중국 어선과 일본 순시선간 충돌과 그에 이은 일본의 어선 나포, 어선 선장 석방을 둘러싼 양국 외교·안보 대치, 그리고 중국의 희토류 수출제한 보복, 이어 양국내 반중.반일시위로 두달여 양국관계가 숨가쁘게 극단적 상황으로 치달아왔다는 점에서 양국 정상의 이번 회담은 이런 기류를 '조정'하려는 모양새로 비친다는 해석이다.

특히 지난달 29일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아세안+3 정상회의'를 계기로 총리회담을 약속했다가 예기치않게 일방적으로 무산시켰던 중국이 예상을 깨고 대화의 장(場)에 나선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대화에 나선 두 정상의 모습은 자연스럽지 않아 보인다.

실제 두 정상 모두 회담 전후로 표정이 굳어 있었으며 회담 종료 후 양국 정부의 공식 발표나 공동 기자회견이 없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중문판에서 구체적인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채 후 주석 발언 중심으로 중일 정상회담 개최사실을 짧게 보도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여타 관영매체들도 신화통신 기사를 그대로 게재하는데 그쳤으며 논평도 삼갔다. 중국 정부 역시 외교부 홈페이지에 신화통신에 게재된 기사 수준으로 회담을 소개했다. 다소 냉랭한 분위기다.

그런 탓에 일단 만남에 '의의'를 둬야 하며 회복기로 접어들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관측이 대세다.

중일 정상회담은 13일 오전까지만 해도 개최여부가 불투명했으나 오후 들어 상황이 급반전해 일본 정부가 같은 날 오후 5시를 넘기고서 5시20분께부터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발표하면서 그 '모습'이 드러났을 정도로 급조됐다는 인상이다.

외견상 일본의 회담 개최 노력에 중국이 '마지못해' 응해주는 형식을 취한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후 주석이 회담에 응한 것은 이번마저 피할 경우 양국관계가 치유가 불가능할 정도로 악화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사실 후 주석을 포함한 중국 수뇌부가 일본과 댜오위다오 갈등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것은 중국내 사정과 연관이 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중국 국민 사이에 댜오위다오 문제가 영토주권 문제로 인식된 가운데 일본과 서구 열강에 유린된 과거의 아픈 역사가 오버랩되면서 반일 감정이 치솟아 있어 중국 수뇌부로서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관에 봉착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 두달여 중국 전역에서 '애국주의'로 무장한 중국 학생과 시민의 반일시위가 거세게 일었으며 중국 정부의 강경조치로 최근 며칠새 일단 수면 아래에 잠복한 상태지만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을 정도로 휘발성이 강하다.

이런 가운데 13일 APEC 정상회의 장소인 일본 요코하마에서 시민 3천여명이 중일 정상회담에 앞서 거리를 점거한 채 댜오위다오 갈등과 관련해 중국 규탄시위를 벌인 점은 중국의 '상호작용'을 부를 도화선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중일 양국에서는 최근 일본에서 인터넷을 통해 공개된 댜오위다오 충돌현장 비디오 내용을 둘러싸고 상대국에 대한 악감정이 커지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가 가장 곤란해하는 대목은 2개월여 댜오위다오 대치에도 자국민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점이다.

중국은 갈등촉발 직후 주중 일본대사를 밤낮과 주말 할 것없이 수시로 불러 '다루는' 한편 일본의 첨단기술 제품에 들어가는 핵심원료라고 할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일본을 압박하는 '만족'을 얻었으나 실효지배중인 댜오위다오에 대한 '현상 변화'를 시키지 못한 것이다. 특히 중국은 타협책으로 댜오위다오 주변의 해저자원을 공동 개발하자고 일본에 제안했다가 면박만 당했다.

일본의 줄기찬 관계복원 노력에도 중국이 이미 뽑은 칼을 쉽게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사실 일본으로서야 댜오위다오 갈등에서 외견상 중국에 끌려다닌다는 인상을 줬을뿐 실질적인 '손해'는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제한으로 피해는 일부 봤지만 이를 계기로 국제공조의 틀을 마련했고 미국으로부터 댜오위다오가 미일안보조약의 대상이라는 확약을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 중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측은 희토류 문제를 재차 거론해 압박했고, 일본은 정상회담과 별도로 연 장관급 회담에서 희토류 수출을 '신속처리'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 이를 매개로 한 중국의 공세는 이전보다 누그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중일 정상회담이 성사됐지만 양국간의 관계 복원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양국 정부는 추가적인 상황악화를 방지하면서 격앙된 양국민의 감정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 수뇌부와 정부도 일본과 관계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지녔음은 분명해 보인다"며 "적절한 명분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형국인 것 같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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