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특별기획팀) 세계 환율전쟁과 동아시아 영토분쟁이 격렬해 지면서 창조적 실리외교가 21세기 한국 외교전략의 유일무이(唯一無二)한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당장 G20 정상회의 직후 열리는 요코하마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정상회담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협상 마무리, 심각한 자원 에너지전쟁을 헤쳐나갈 민관(民官)합동의 신외교전략과 전술이 시급한 상황이다.
독일과 프랑스, 스페인의 침공속에서도 경제강국과 외교강국을 구가하고 있는 네덜란드가 우리의 외교모델이 될 수도 있다는 외교전문가들의 견해가 적지않다.
국제사법재판소(ICJ)를 비롯, 크고 작은 국제기구를 유치한 네덜란드의 경제 외교전략과 글로벌 마인드는 우리 정부와 국민들에게 벤치마킹 대상이 될게 분명하다.
김영원 주 네덜란드 대사는 "영국과 독일, 프랑스, 스페인 사이에서 독립을 쟁취하고 글로벌 금융위기속에서도 독일과 함께 양대(兩大)경제강국의 위상을 구가하고 있는 네덜란드의 경제 외교전략은 탁월한 교본(敎本)이 될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대사는 이어 작금의 외교 아카데미 논쟁에서 중심축이 돼야 할 것은 서희(徐熙)외교라고 강조했다.
서희(徐熙)외교란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유럽이 100년전처럼 한반도 주변정세에 다각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작금의 동아시아 정세에서 강소국(强小國)인 한국이 지향해야 하는 실용과 창조의 외교전략을 말한다.
동아시아의 최강자로 부상한 거란의 80만 대군이 993년 고려를 침공했을 때 서희 장군(942~998)은 적장 소손녕과의 외교담판을 통해 오늘날의 평안북도 강동6주 280리를 차지해 고려의 영토를 압록강 경계까지 확대시켰다.
서희는 '말 한마디가 칼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증명한 탁월한 외교관이었다.
서희의 외교담판은 '송(宋)과의 관계'라는 명분보다는 '평화와 영토회복'이라는 실리를 중시한 결과물로 창조적 실용외교의 모델이다. 국가간 첨예한 대척점 상황에서 양측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상생(WIN-WIN)대안을 제시했다.
오늘날 환율전쟁과 동아시아 영토분쟁, 자원전쟁, 기후변화, 빈곤퇴치와 같은 국제사회의 다양한 도전에 맞닥뜨리고 있는 한국의 외교 전략 수립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희장군의 외교적 승리는 조선시대 임진왜란 전후의 국방 외교전략과 크게 대비된다.
우유부단했던 조선의 선조는 이율곡의 십만대군양병설을 묵살했고, 조정은 동서로 갈라져 정쟁을 일삼았다.
그결과 임진왜란에 대한 군사 외교적 대비가 소홀할 수 밖에 없었고, 결국 이순신 장군의 고군분투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연이어 지속된 조선의 외교관(外交觀) 부재는 광해군을 몰아내기위해 명(明)과 청(淸)사이에 중립을 지킨 그의 외교노선을 비판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명이 임진왜란에 참전한 은공을 광해군이 저 버렸다는 것을 인조반정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반정 성공후 조선은 병자호란을 겪어야 했고, 백성들의 고충은 극에 달했다.
냉전도 열전도 아닌 고도의 심리전과 의연한 심산술이 생명인 21세기 외교전쟁. 그 속에서 서희외교의 모델은 1000년이 지난 오늘에도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되고 있다.
정부가 추진중인 외교타카데미를 '서희 외교스쿨'로 부르자는 것이나 2004년 인터넷을 달군'꿈의내각'에서 영원한 외교부장관으로 서희장관을 모시자고 했던 것은 모두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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