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한중일 및 아세안과의 물류협력 전략

2010-10-2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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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
최근 일본과 중국 사이에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발생한 있는 긴장상태를 보면서, 사건의 원인과 진행 상황의 이면에는 궁극적으로 경제적 요인이 자리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인근 해역의 당사국들이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이유는 동 지역에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석유와 가스 등 천연자원을 확보하고자 함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중국인 선장을 석방하면서 이번 긴장관계는 진정 국면으로 들어선 것으로 보이는데, 일본의 양보를 끌어낸 가장 직접적인 요인의 하나가 중국의 경제적 압박이었음을 고려할 때 국제정치를 움직이는 핵심동인 중 하나는 역시 경제임을 다시금 인식하게 되었다. 긴장이 고조되고 지속될수록 국가간 경제관계나 협력은 어려움에 처하게 되고 이와 관련된 수많은 기업과 종사자들이 곤란에 처하게 된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냉엄한 국제정치에서 경제적 협력관계의 영향으로 인해 정치외교적 긴장관계가 오래 지속되지 않고 해결 수순을 밟는 경우를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지켜본 바 있고 또 경험하기도 하였다. 경제적인 관계가 깊을수록 국가간 또는 지역내 협력은 강화되고 있음을 우리는 EU, NAFTA, ASEAN 등 지역 협력 체제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중일 삼국의 경제의존도는 크게 증가하여 삼국은 서로의 핵심교역국가로 부상한지 오래이다. 중국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최대 교역국가가 된 상태이며 중국의 입장에서도 우리나라와 일본은 미국과 EU 다음으로 큰 교역 상대인 것이다. 한중일 삼국간 교역은 해상운송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일부 고가화물이나 긴급화물이 항공기로 수송되고는 있으나 한-중, 한-일, 일-중간 주요항로는 멀어도 수일 내에, 일부 항로는 반나절 안에도 기항이 가능하다는 근접성으로 인해 삼국간 교역은 해상운송이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양국의 중간에 위치하여 중국과 일본의 환적화물을 처리하고 있는데, 이런 환적화물을 포함하여 한중일 삼국간에는 2008년도 기준으로 1,000만TEU(20피트 컨테이너) 이상의 컨테이너가 운송된 바 있다.

한중일 삼국의 교역은 해상운송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나, 국가간 경제체제나 경제발전 단계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효율적인 물류체제의 구축이 절실한 실정이다. 즉 물류체제가 국가간 경제협력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고 있지만, 각 국가간에 법체제, 비용구조, 영업관행, 정책방향 등이 상이함에 따라 서로간의 이해관계가 융합된 하나의 물류질서를 창출해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있기 때문이다.

선사와 화주를 포함한 물류주체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삼국 정부는 2006년부터 한중일 교통물류장관회의를 포함한 다양한 물류협력체제를 통하여 “막힘없는 물류체계 실현”, “환경친화적 물류 구축”, “물류보안과 물류효율성의 조화” 등 3대 협력목표와 이를 구현하기 위한 세부 실천과제들을 운영하여 오고 있다.

정책당국의 의사결정과 정책방향 제시가 한중일 물류협력의 기본틀이 되고 있으나, 삼국간의 여러 현안들을 해결하고 견고한 협력틀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대화 채널이 유지되어야 한다. 기존 정부 차원의 협력틀 외에 대학, 연구소, 물류기업 등 다양한 주체들이 사안에 따라 전체적으로 또는 개별적으로 참여하는 자리가 만들어지고 운영되어야 한다.

특히 한중일 물류협력의 최일선에 나가 있는 물류기업들의 참여와 의견이 중요하다. 물류현장을 담당하는 기업과 전문인력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실효성 있는 대안 마련이 어렵기 때문이다.

한중일 물류협력은 삼국이 동시에 합의해야하고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그 진행과정이 순탄치 않고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물류협력 사업의 진행에 있어 초기에는 시범사업 등 부분적인 적용을 추진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 9월에 한중간에 합의한 바 있는 컨테이너 피견인 트레일러의 상호주행 허용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한중 양국은 자국 도로를 주행하는 트레일러가 카페리 선박에 실려 상대국에 도착하면 그 트레일러를 그대로 자국의 트랙터가 견인하여 목적지까지 운송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하였다.

금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사업은 우선적으로 우리나라의 인천 및 평택 항만과 칭다오(靑島), 웨이하이(威海), 쓰다오(石島) 등 중국 산둥성(山東省) 지역의 항만간에 먼저 적용해보고 미비점과 보완사항을 발굴하여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한중 및 한일간에 추진되고 있는 무선인식(RFID)기술을 이용한 컨테이너 화물 추적 사업 및 삼국간 물류정보망 연계와 물류정보 공유사업도 시범사업을 거쳐 완성도를 높여갈 계획이다.

한중일 물류협력에 대한 삼국의 관심은 지난 5월 말 제주에서 개최된바 있는 한중일 정상회담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정상회담에서는 향후 10년간 3국 협력의 비전 및 주요실천과제를 담은 ‘3국 협력 Vision 2020’을 채택하였는데 실천과제의 하나로 ‘한중일 물류장관회의 및 양자간 물류 관련 정책대화 지속 지원’을 선정하였기 때문이다.

물류분야에서의 한중일 협력은 한중일뿐 아니라 ASEAN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데 이는 한중일 삼국이 공히 ASEAN 지역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고 ASEAN+3 협력체제에 함께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중일은 ASEAN 지역에 대한 경쟁적 진출과 개별 국가적 협력이 소모적이고 중복적인 측면이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공동으로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물류장관회의의 실천과제 중 하나로 이미 ‘아세안과의 협력가능성 모색’을 선정하고 아세안 물류체계 조사 등 삼국이 공동으로 수행할 수 있는 과제 발굴에 나서고 있는 것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더불어 G2의 하나로 논의되기 시작한 중국과 세계적인 경제강국 일본을 사이에 두고 있다. 이에 우리는 한중일 물류협력 및 ASEAN 국가들과의 물류협력에 있어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발휘하여야 한다. 해상운송에서의 컨테이너 환적을 잘 처리하고 있는 것과 같이 두 경제강국의 이해를 조화시키면서 우리의 실익을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ASEAN지역과의 협력에 있어서도 두 국가의 물량공세 속에서 우리나라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과거와는 다른 경제 협력틀이 요구된다.

우리의 성공적인 경제발전 경험과 물류분야에서의 진전, 예를 들어 물류정보화 사업의 성과를 공유하는 등 ASEAN 국가 입장에서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국내의 다양한 물류주체들이 하나가 되어 창의성을 발휘하는 한편 관련 현안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틀을 구축해 나아갈 때, 한중일 및 주변국가와의 물류협력은 한걸음 더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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