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개월 연속 동결했다.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한풀 꺾이는 등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당장은 금리 정상화가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고 물가 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어 올 4분기 중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전망된다.
한은은 9일 정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2.25%로 유지키로 결정했다. 지난 7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며 통화량 조절에 나섰던 한은이 깊은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다.
금통위가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미국 등 주요국의 경기 둔화가 국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한은은 이날 '최근의 국내외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미국 등 주요국의 경기회복세 둔화 가능성, 유럽 국가의 재정문제 등이 성장의 하방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고 진단했다.
지난달 27일 발표된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6%(잠정치)로 1분기의 3.7%는 물론 지난 7월에 발표된 속보치 2.4%에도 크게 미치지 못했다.
또 이달 추석을 앞두고 대규모 자금을 방출해야 하는 상황서 통화 긴축에 나서는 모순을 범하긴 어려웠을 거란 분석도 제기된다.
문병식 대신증권 채권분석팀장은 "아직 대외변수가 불안해 금리를 급하게 올릴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또 추석 자금 수요로 통화를 풀어야 하는 상황서 반대로 통화를 흡수하는 정책을 취하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내 경제가 상반기 7.6%의 고성장을 기록하는 등 견조한 회복세를 잇고 있어 4분기 중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단행될 전망이다.
김중수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경기는 수출 호조와 꾸준한 내수 증가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대 중후반이지만 앞으로 경기 상승세에 따른 수요 압력 증대와 공공요금 인상, 농수산물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상승 압력이 계속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은의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 내년 상반기는 3.5%이다.
그는 이어 "4분기 물가 상승률을 3.2%대로 예상하고 있고 물가 상승 압력에 대한 전망은 변화가 없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기준금리 동결이 바람직하지만, 금리 정상화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기 둔화 등 대외 불확실성이 기준금리 동결의 가장 큰 이유이지만, 앞으로 이 같은 불안 요소가 잦아든다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시장에서는 한은의 이번 결정에 비판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한은이 금리인상을 두고 그동안 여러차례 강력한 시그널(신호)를 날렸으나, 그와는 반대되는 결과물을 내놨다는 것이다.
최석원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한은 총재가 그동안 금리 인상 신호를 여러번 보냈으나 결국 금리를 동결했으며 그에 대한 명백한 이유도 대지 못했다"며 "부동산 값 부진에 대한 책임 회피나 정부의 간접적인 압박 등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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