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지성 기자) 지난 7일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회장 자리가 공석이 된지 꼬박 두 달이 됐다. 앞선 6일 경영자총연합회(경총)가 이희범 회장 체제로 공식 출범하면서 전경련 회장의 빈자리가 더 도드라졌다.
김지성 / 산업부 차장 | ||
각계각층의 의사를 듣겠다고 취임 일성을 밝힌 이재오 특임장관이 기업인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처음 방문한 곳이 전경련이 아니었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국내 대표적 경제인 단체인 전경련의 위상이 하락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전경련의 위상이 하락하고 있다는 조짐은 일찍부터 감지됐다. 7월 제주하계포럼에서 정병철 상근부회장이 “정부와 정치권은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정치권에 직격탄을 날린 직후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며 해명에 나선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전경련은 갈지자 행보로 스스로 위상을 떨어뜨리는 모양새가 됐다.
전경련이 먼저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경제계 안팎에서 불거진 것도 이 때부터다. 쓴소리는 전경련 내부에서도 나왔다. ‘사람이 없다’는 자조적인 목소리였다. 전경련 한 관계자는 “개회사 전문을 책임 있게 살펴 본 사람이 없었다”며 씁쓸해 했다.
혼선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지난 7월15일 이른바 전경련 회장단의 승지원 회동에서도 정병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만찬 직후 기자들에게 “(전경련) 회장단은 이건희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맡아줬으면 하는 의견을 만장일치로 개진했다”며 “이 회장은 미소를 지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미소’가 강조되면서 “전경련 회장직을 수락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급부상했다. 하지만 곧바로 삼성측에서 명확한 선긋기에 나서자 “사실상 거절”로 결론이 선회했다.
전경련의 추락하는 위상을 살리기 위해서는 신임 회장 선임이 시급하다. 경제계에선 4대그룹 총수 중 한 명이 전경련 회장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4대그룹 총수 중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순위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회장 외에는 대안이 없다”면서 “전경련에 지금 필요한 것은 무게감과 더불어 스마트한 조직력”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갖고 있는 위상과 더불어 삼성의 스마트한 일처리 방식이 전경련에 접목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건희 회장과 함께 전경련 회장직 1순위로 거론되는 총수는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하지만 정 회장을 추대하기에는 이미 타이밍을 놓쳤다는 것이 정설이다.
주요 그룹 총수들이 모두 전경련 회장직을 고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경련 내부의 추대 기준 중 하나는 연장자를 우선하는 것이다.
전경련은 앞서 연장자인 정몽구 회장 대신 이건희 회장을 추대했다. 설사 정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에 마음이 있다고 해도 이제는 나설 수 없는 모양새가 만들어 진 것이다. 결과적으로 전경련 측에 선택의 여지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일단 이건희 회장은 전경련 회장단의 만장일치 추대에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여전히 기대를 접지 않고 있다.
이병철 선대 회장이 주도적으로 설립한 전경련의 위상이 추락하는 것을 이건희 회장도 마음 편하게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재계는 사업보국의 유지를 이어받은 이 회장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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