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준영 기자) 우리투자증권이 폴란드에서 200억원대 자금을 동결당하고 있으나 이 사실을 6년째 공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 전신인 LG투자증권은 2003년 자회사 LG인베스트먼트홀딩스(네델란드)를 통해 보유했던 폴란드 페트로은행 지분 54.3%를 812억원을 받고 노르웨이 노르디아은행에 매각했다.
노르디아은행은 이 인수대금 812억원을 페트로은행에 개설된 LG투자증권 계좌로 입금했다.
문제는 노르디아은행이 지분을 인수하면서 페트로은행을 상대로 제기된 기존 소송을 LG투자증권에서 계속 책임져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는 것이다. 당시 페트로은행은 200억원 규모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채권단으로부터 제소당한 상태였다.
결국 이러한 법적 책임은 2005년 우리증권과 LG투자증권 합병으로 출범한 우리투자증권이 떠맡았다.
우리투자증권은 현재까지도 페트로은행에 입금된 이 은행 매각대금 가운데 200억여원을 폴란드 법원에 의해 동결당하고 있다.
금감원이 제정한 기업공시기준을 보면 상장사는 정기보고서 우발채무 항목에 소송건수ㆍ소송가액 총계와 재무제표 계상 여부를 명시해야 한다. 특히 소가 3억원 이상인 주요 소송은 따로 분리해 세부 내용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투자증권은 페트로은행 관련 소송을 2005년 출범 후 6년 동안 단 한 차례도 공시하지 않았다. 우리투자증권은 단심을 조건으로 8년 가까이 끌어온 이 소송에서 작년 10월 승소했지만 채권단 이의제기로 다시 원점에서 새로운 재판을 준비해야 하는 처지다.
소송비용뿐 아니라 페트로은행 인수를 위해 세웠던 특수목적회사(SPC) LG인베스트먼트홀딩스를 청산하려던 계획도 차질을 빚으면서 환차손을 키우고 있다. 이 SPC는 2008ㆍ2009 회계연도에 각각 당기순손실 18억300만원과 1억600만원을 기록하면서 자본잠식에 빠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공시기준에 따라 재무구조에 영향을 줄 만한 주요 소송은 정기보고서를 통해 공시해야 한다"며 "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제재 조치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패소시 회사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재판이지만 페트로은행을 이미 매각한 만큼 공시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관련 사항을 검토한 회계법인으로 부터 공시 대상 사항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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