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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환 문화레저 부장 |
한국축구대표 팀이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B조 예선 첫 경기 그리스전이 벌어진 12일도 마찬가지였다. 시청 앞 서울광장과 코엑스 영동대로에 10만여 명이 모여 “대~한민국”과 “오! 필승 코리아”를 외쳤다. 전국적으로는 100만 명이 함께 했다.
한국축구대표 팀의 승리가 확정되자 거리응원에 나섰던 상당수 시민들은 밤늦도록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서울광장과 영동대에서는 경기가 끝난 지 한 시간이 지나도록 절반에 가까운 시민이 자리를 뜨지 않았다.
어깨동무를 하고 빙빙 돌며 뛰거나 붉은 응원 물결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며 축제 분위기를 만끽했다.
대학가와 도심 곳곳에서는 수십 명이 몰려다니며 “대~한민국”을 외쳤다. 태극기를 앞세운 채 손뼉을 치고 응원가를 부르며 밤늦도록 뒤풀이를 즐겼다.
그리나 행사는 일부의 우려와는 달리 차분한 뒷정리와 별 사고 없이 다시 17일을 기약하며 마무리 됐다.
축제는 사람들이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스트레스를 풀고 휴식을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이다.
한국에는 브라질의 삼바축제나 독일의 맥주축제인 옥토버 페스티발 등 사람들이 대규모로 모여 즐기는 거리 축제가 없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4년마다 월드컵이 열리면 어김없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그 동안 억눌려 왔던 열망을 마음껏 표출하고 신명나게 즐기며, 고갈된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축제 한마당이 된다.
붉은 악마의 거리 응원은 축구가 잘 발달된 유럽의 클럽응원문화와는 차원이 다르다. 자발적이고 조직적이며, 전국 동시다발적인 특성이 있다.
응원문화는 집단 심리에서 뭉쳐진 강력한 힘이다. 다중화된 사회 속의 독립된 개인이 아니라 수많은 개인이 뭉쳐서 집단을 이루고, 그 집단이 하나라는 의식을 가지고 이루어 낸 것이 바로 우리의 거리응원이다.
군중심리학적으로 보면 거리응원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 구성원들이 협력하는 '집합적 행위'다. 그렇다면 거리응원이라는 집단에서 타인의 존재가 개인 각각의 수행엔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일부 부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사회적 촉진'을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훨씬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사회적 촉진은 타인들에게 자신을 과시하고 싶은 욕구에서부터 발생한다. 이를 거리응원과 비교하면, 다른 사람들과 함께 거리응원에 나선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자신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를 통해 자신이 대표 팀 응원단이라는 동질감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정체성을 공유하게 된다.
이러한 거리응원은 2002 한·일 월드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개최국 한국축구대표 팀은 4강까지 진출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물론 한국 팀의 성적도 좋았지만 800만 붉은 악마가 펼친 조직적인 응원은 전 세계를 감동시켰다. 대한민국을 열정과 질서, 그리고 도약이라는 이미지로 통하게 만들었다.
대한민국의 역동성을 전 세계에 알리며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을 정도의 국가 이미지 홍보 효과를 거뒀다.
붉은 악마의 거리 응원은 집단 광기나 군중심리가 아니다. 더 이상 순간적이고 충동적인 것이 아니다. 미리 준비하고 잘 계획된 문화 축제다.
거리응원은 ‘우리는 하나’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내 참여자들을 뭉치게 한다. 거리 응원은 이제 세계에 자랑할 만한 대한민국의 문화코드다.
2010년 오늘, 태극전사는 대한민국의 상징이 됐다. 태극전사들이 남아공월드컵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응원하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이 하나라는 국민적 통합을 이끌어내야 한다. 지금까지 거리응원이 열정과 신명, 감동이었다면 이제는 문화축제코드로 발전해야 한다.
지금 우리사회 곳곳에서 들려오는 분열과 불신의 목소리가 걱정스럽다. 천안함 사태가 보여준 냉엄한 우리의 현실과 반목, 6·2 지방선거로 갈라진 민심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월드컵 거리응원을 통해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이 도약하는 발판이 됐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happyyh63@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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